한국농구는 졌지만 미래를 얻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5일 새벽 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멕시코와의 2014 FIBA 스페인 농구월드컵 D조 예선 5차전에서 71-87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집트와 더불어 5연패로 대회를 마치게 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농구가 얻은 것은 많았다. 특히 김종규와 이종현, 두 젊은 빅맨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이종현은 앙골라와의 1차전에서 손쉬운 자유투를 놓치는 등 매우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19세 이하 세계대회 경험이 있었지만 성인무대는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국내서 치렀던 대학리그, 농구대잔치, 프로아마 최강전과도 무게감에서 차이가 컸다. 국내 아마추어 최강을 자랑하는 그지만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이 보였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유재학 감독에게 가장 많이 혼난 선수도 이종현이었다. 라이벌 없는 국내무대에 안주해 노력을 게을리 한다는 평을 들었다. 그 때마다 이종현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 결과 이종현은 슬로베니아전부터 12점, 5리바운드로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멕시코전도 마찬가지였다. 선발로 나온 이종현은 스틸에 이은 덩크슛을 터트리는 등 활약했다. 공격리바운드를 따내는 적극성도 돋보였다. 이종현은 10점, 3리바운드, 1블록슛으로 활약했다. 김종규도 10점, 3블록슛으로 최선을 다했다.
이번 대회서 이종현이 가장 돋보인 부문은 블록슛이었다. 이종현은 5경기서 13개의 슛을 막아내 평균 2.6개로 전체 1위에 올랐다. 파우 가솔(2,3개/2위) 등 세계적 선수들보다 높은 수치였다. 물론 상대국에서 한국을 과소평가해 대놓고 슈팅을 한 영향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종현의 높이는 세계무대서 충분히 통하는 수준이었다.
공교롭게 이종현이 빠진 고려대는 지난 4일 연세대와의 대학리그 챔프 1차전에서 패배를 당했다. 이종현이 빠진 영향이 컸다. 대신 이종현은 농구월드컵 출전으로 국내무대서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농구 전체에 이득이었다.

16년 간 태극마크를 달았던 김주성은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 한국농구는 김종규와 이종현의 성장으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할 수 있게 됐다. 두 젊은 빅맨이 세계대회 출전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농구를 이끌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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