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에서 바벨을 들어올리는 사재혁(28, 제주특별자치도청)은 묘한 느낌이었다. 2012 런던올림픽 D-100일을 앞두고 같은 장소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올림픽에 대한 열의로 불타오르는 활화산같았다. 그러나 2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난 사재혁은 고요하면서도 비장하고, 비장하면서도 안정감이 넘치는 그런 모습으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2년 전 사재혁은 런던에서 끔찍한 부상을 당했다. 세계 무대에서 다시 한 번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로 바벨을 잡았지만, 결과는 또 한 번 부상이라는 형태로 그를 덮쳤다. 쓰러진 채 한동안 통증을 호소하며 일어나지 못하던 사재혁은 무대 너머로 사라지던 모습 그대로 역도와 작별을 고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의 별명인 '오뚝이 역사(力士)'처럼, 그는 또 한 번 벌떡 일어나 바벨 앞으로 걸어왔다.
방황의 시간은 길었다. 사재혁은 "런던올림픽 이후에 많이 힘들었다. 어떻게 극복했냐는 질문이 계속 나오는데 회피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다시 앉은 것만으로 영광으로 알고 잘 준비하겠다"는 말로 그 기간 동안의 아픔을 짧게 갈무리했다. 대신 사재혁다운 자신감을 담아 출사표를 던졌다. "개인적인 목표는 명예회복이다. 또, 역도의 자존심이 많이 실추됐는데, 이를 위해 냉정하게 잘하겠다"고.

선수 생활을 그만두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복귀를 택한 사재혁은 2013년 전국체전 3관왕에 올라 여전히 한국 남자 역도의 간판임을 입증했다. 끝이 아니었다. 사재혁은 고심 끝에 기존의 77kg급에서 85kg급으로 체급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이를 두고 사재혁은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국내대회에서 77kg급에 머무르며 안주할 것이냐, 85kg급으로 체급을 올려서 국제대회에 더 도전할 것인가 고민했다. 결론은 도전을 택했다"는 것.
현재까지 사재혁의 도전은 매우 성공적이다. 사재혁은 지난 6월 열린 역도선수권대회 일반부 85㎏급에서 인상 166㎏·용상 202㎏·합계 368㎏으로 3관왕에 오르며 도전을 선택한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한 바 있다. 다음 무대는 인천아시안게임이다. 사재혁은 "인천아시안게임이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읊조렸다.
'계기'였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사재혁에게 있어 끝인 무대가 아니라 계기에 불과했다. 그는 바벨과 함께하는 더 먼 길을 선택했다. "앞으로도 내게 더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던 말처럼, 인천아시안게임은 사재혁의 복귀를 알리는 '복귀전'이 될 것이었다. 불타오르던 그의 열의는 사라지지 않고 내면에서 여전히 마그마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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