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괜사랑' 조인성, 미친 장재열-미친 연기력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09.05 06: 58

배우 조인성이 물오른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을 울렸다. 그도 울고, 시청자들도 울었다.
지난 4일 오후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 14회에서는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되는 재열(조인성)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자신만만한 추리소설 작가이자 한없이 다정한 남자친구였던 그가 정신병자로 무너지는 모습이 몰입도 높게 그려졌다.  
이날 재열은 가까스로 침대에서 잠들었다. 여자친구 해수(공효진) 덕분이었다. 행복도 잠시,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인 강우(도경수)의 전화에 눈을 떴다. 그는 강우를 찾아 집을 나섰고, 차에 치이는 강우를 발견하고 이성을 잃었다. 교통사고로 이어졌다. 그는 피범벅이 된 채 마지막 순간까지 강우를 외쳤지만, 뒤쫓아 온 앰뷸런스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호송됐다.

의사인 동민(성동일)의 설명에 따르면 재열의 환상은 형 재범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시작됐다. 그는 자신의 죽음이 아니면 형의 원망은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깨달았다. 재열이 보여준 루게릭 병 증상은 강우와의 공유병이자 망상장애였다. 동민은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표현했다.
이날의 백미는 해수와 재열의 병실 조우 장면이었다. 해수는 병원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재열의 병실을 찾았다. 해수는 "이 또한 지나간다. 얼굴이 좋아보인다"고 그를 위로했지만, 재열은 퀭한 눈에 파리한 안색이었다. 그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니가 보고 싶다가도 막 졸립다"고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한없이 나약해진 모습이었다.
재열의 초라함은 신선하다 못해 안타까웠다. 그는 "이런 말 하면 니가 가나" "널 붙잡으면 또 주사를 주겠지"라며 해수를 붙잡았다. 세련된 화술과 재치로 무장한 재열에게선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해수가 떠난 후에도 아주 작고 느리게 "해수야"를 부르는 것 외에는 재열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동안 견고해 보였던 재열의 자아는 산산조각 났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강우가 사고를 당하자 절박해진 얼굴이나, 정신입원 후 혼란스러움이 뒤섞인 공허한 눈빛 등이 그를 표현했다. 자신을 강우와 동일시해 루게릭병 증상을 보이는가 하면, 느리고 또 힘겹게 말을 이어가며 "여기 있는 난, 나 같지 않다"며 눈물을 보였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기존 조인성의 전작인 SBS '피아노'(2001) '발리에서 생긴 일'(2004)와 공통점이 있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캐릭터라는 것. 특히 장재열은 정신병자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놓이면서 조인성의 폭넓은 연기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극중 조인성이 미쳤다면, 이날 그의 연기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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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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