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놀라움과 이변의 연속이었다. 아이돌 기획사의 연습생 신분으로 서바이벌에 참가, 힙합신에서 인정받은 실력파 래퍼들을 차례로 꺾고 마침내 최종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은 흡사 감동을 만들어내기 위해 잘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는 드라마 연출을 보는 듯 했다. 국내 유일의 래퍼 서바이벌 Mnet '쇼미더머니3', 그리고 이곳에 참가해 마침내 최종 우승까지 거머쥔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연습생 바비의 이야기다.
지난 4일 오후 방송된 '쇼미더머니3'(연출 고익조) 최종회는 씨잼과 아이언의 세미파이널, 그리고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아이언과 바비의 파이널 매치가 연속해서 펼쳐져 시청자의 긴장감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결국 큰 점수차로 바비가 아이언을 꺾고 3천대 1의 경쟁률을 뚫은 No.1 래퍼가 됐다.
사실 바비는 또 다른 YG 연습생 비아이와 함께 등장했을 당시 많은 참가자들의 눈총과 견제를 받았음은 물론, '아이돌 래퍼'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으며 좀처럼 래퍼로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 선입견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시간은, 방송이 진행되는 7주면 충분했다.

인지도는 확실하고 분명했다. 앞서 YG의 새로운 보이그룹 위너를 선발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후 이즈 넥스트: 윈'(이하 '윈')에 B팀으로 출연하고 탈락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미 대중에게 충분한 눈도장을 찍고 탄탄한 팬덤을 구축했기 때문. 하지만 이는 '쇼미더머니3'에서 '실력보다는 인기에 의존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며,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회를 거듭하면서 바비에 대한 인상은 분명 달라졌다. 역대급 프로듀서라 지칭됐던 프로듀서 4팀 중 자신이 연습생 신분으로 몸 담고 있는 소속사 선배 타블로와 마스터 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껏 국내 힙합신에서 큰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일리네어레코즈의 두 수장 도끼와 더콰이엇을 택한 것도 그런 시각의 변화를 주도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바비를 향한 의문은 기대가 됐고, 이같은 기대는 곧 확신이 됐다. 특히 세미파이널 무대에서 14년차 래퍼 바스코를 누른 순간은 이런 확신이 명확하고 또렷해지는 순간이었다. "바비에게 내가 배울 부분도 많다"는 바스코의 인터뷰는 대중들의 시선을 반영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쇼미더머니3'는 바비에게 있어서 안 나왔으면 후회 막심했을 방송이었음에 분명했다.
파이널 무대에서 동료 선후배 아이돌을 적나라하게 디스한 '가드 올리고 바운스'라는 곡은 바비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아이돌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는 일부 아이돌의 실력을 꼬집는 돌직구 랩을 선보인 바비는 아이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편견을 다 깨고 우승했으니 이제 인정을 좀 해달라. 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말로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이말은 빈 말이 아닌 진짜다. '윈' '쇼미더머니3'를 끝낸 바비는 오는 11일 첫방송하는 '믹스앤매치'에서 YG의 새 보이그룹 아이콘(IKON)의 멤버를 선발하는 또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만나게 되기 때문. 물론 이미 바비의 데뷔는 비아이, 김진환과 함께 확정이 된 상태지만, 아이콘 데뷔 전 또 한 번의 고속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된다. 바비가 YG연습생 8명과 따로 또 같이 만들어낼 변주가 또 어떤 최고의 쇼를 탄생시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gato@osen.co.kr
'쇼미더머니3'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