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의 불펜 168구 유레카 역투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9.05 13: 00

노경은(30, 두산 베어스)은 4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잠실구장에서 좌완 정대현과 함께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어느새 정대현이 떠나고 한참이 지날 때까지 노경은은 같은 곳에서 공을 던졌다.
처음에는 노경은이 던지는 것을 지켜보며 옆에서 조언하던 가득염 코치는 포수 뒤에 서기도 하고, 타석에도 들어서서 노경은의 투구를 유심히 살펴봤다. 이따금씩 노경은을 향해 “왜 도망가느냐?”라고 물으면서 노경은 스스로 ‘생각하는 피칭’을 하게끔 유도하기도 했다.
노경은이 투구를 마친 뒤 가 코치는 공을 받아준 불펜포수에게 투구 수를 물었다. 이내 168개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멀리서 봐도 노경은이 땀을 흘리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실전이 아닌 불펜 피칭이기는 했지만, 투구 수가 적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가 코치는 노경은이 불펜을 나간 뒤 “오늘 불펜피칭은 본인이 원해서 한 것이다. 그만하라고 하는데도 본인이 (불펜 피칭 막바지에 찾은) 좋은 감을 잊을까봐 더 던지겠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와 비교해 폼이 많이 바뀌었다. 투구를 시작할 때 오른쪽 무릎이 빨리 주저앉는데, 그러면서 힘도 쓰지 못하고 중심이동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많이 잡혔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대현과 나란히 서서 공을 던지던 때만 해도 노경은의 공은 위아래 편차가 다소 있었다. 그러나 점차 그런 공들이 줄었고, 가 코치가 문제점들을 하나씩 잡아준 뒤에는 낮게 깔리는 공의 비율이 늘어갔다. 그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노경은이 많은 공을 던졌다는 것이 가 코치의 생각이다.
노경은은 올해 3승 13패, 평균자책점 8.65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두산은 노경은이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경은이 좋았을 때의 폼으로 돌아오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은지를 묻자 가 코치는 “‘아! 이거였지’ 하면서 찾는 것은 한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한 순간’이라고 표현한 가 코치의 말은 우연히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깨우치고 “유레카!(알았다)”라고 외쳤던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 ‘유레카의 순간’을 위해 가 코치는 노경은의 투구에서 작은 준비 동작까지 비디오로 비교해서 분석할 계획이다.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파란만장한 시즌이다. 6월에는 불펜에 갔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8월에는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 ‘힐링 프로젝트’에 들어가기도 했다. 팀이 가장 노경은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는 이 때 노경은이 마운드 위에서 ‘유레카’를 외칠 순간이 언제 올지 지켜볼 일이다. 불펜피칭이기는 하지만 자진해서 168개나 던질 정도로 절박한 마음가짐이 있어 희망은 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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