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MVP 레이스가 다시 오리무중에 빠졌다. 유격수로 역대급 성적을 찍고 있는 넥센 강정호에게 무게가 기우는 듯했지만 팀 동료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시즌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유력한 MVP 후보는 강정호였다. 올해 107경기 타율 3할6푼 137안타 38홈런 107타점 98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강정호는 이미 유격수 최다·홈런 타점 신기록을 작성했다. 타점을 비롯해 출루율(.463) 장타율(.756)까지 타격 3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있다.
특히 장타율은 1982년 원년 MBC 백인천(.750)을 넘어 역대 최고 기록.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에서 풀타임으로 출장하며 이런 기록을 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전대미문이다. 다른 해였더라면 독보적인 MVP 후보이지만 올해는 팀 동료들의 성적이 대단하다.

4번타자 박병호는 4일 목동 NC전에서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 1경기 4홈런을 폭발시키며 홈런 숫자를 45개로 늘렸다. 이 부문 2위 강정호와 격차를 7개로 벌리며 홈런왕 굳히기에 들어갔다. 45홈런은 역대 프로야구 단일시즌 6위 기록으로 사상 4번째 50홈런도 머지 않았다.
여기에 104타점을 마크한 박병호는 이 부문 1위 강정호에게도 3타점차로 따라붙었다. 50홈런과 함께 타점 타이틀을 가져간다면 다시 박병호에게 MVP 트로피가 돌아갈 수도 있다. 박병호는 지난 2년간 홈런·타점 타이틀을 가져가며 모두 MVP를 거머쥐었다. 홈런·타점은 MVP의 상징이다.
1번타자 서건창도 변수로 떠올랐다. 당당히 MVP 후보로 거론될 자격이 있다. 서건창은 111경기 모두 나와 타율 3할6푼8리 172안타 7홈런 62타점 114득점 42도루를 기록 중이다. 4일 NC전에서 3타수 2안타를 치며 시즌 처음 타율 1위에 등극한 서건창은 안타와 득점까지 타격 3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도루도 42개로 1위 김상수(삼성·50개)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는 서건창은 사상 첫 200안타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지금 페이스라면 198안타가 가능하다. 서건창이 최초로 200안타와 함께 타율·득점 타이틀까지 가져가면 상당한 표를 받을 수 있다. 200안타의 상징성을 무시 못한다.
워낙 대단한 동료들에 가려져있지만 외국인 투수 앤디 밴헤켄도 MVP 후보로 손색없다. 27경기 18승5패 평균자책점 3.53 탈삼진 151개. 다승·탈삼진 1위, 평균자책점 2위 외에도 투구이닝(163⅓) 퀄리티 스타트(16회)도 1위에 올라있다. 7년만의 20승 투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예년이라면 유력한 MVP 후보이지만 '역대급' 성적을 찍는 동료들의 활약에 묻혀 있다.
강정호-박병호의 2파전에 서건창 변수까지. 넥센 집안 싸움이 되고 있는 MVP 레이스가 시즌 마지막까지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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