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통산 5번째 남녀 동반 우승을 노리고 있는 핸드볼 대표팀. 아시아 정상에 오른다는 같은 목표 속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남녀팀이 가진 걱정거리는 서로 다르다.
4일 서울 태릉선수촌 오륜관에서 가진 핸드볼 국가대표 출정식에는 '남녀동반 우승쾌거, 핸드볼이 앞장선다!'는 대형걸개가 내걸렸다. 지난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만에 다시 남녀 핸드볼이 아시아 최정상에 오르겠다는 강한 각오와 의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 남녀 아시아 최고

실제 남녀 핸드볼은 아시아 최강이다. 남자팀은 역대 8번의 대회 중 6번을 우승했다. 첫 대회였던 1982년 뉴델리 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이후 1986년 서울 대회부터 1990년 베이징,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대회까지 5연패를 달성했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 4위에 그쳤으나 2010년 다시 정상에 복귀했다.
여자팀 역시 마찬가지. 6번의 대회 중 5번 정상을 지켰다. 첫 대회였던 1990년 베이징 대회 때부터 2006년 도하 대회까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때문에 일본에 패해 동메달에 그친 2010년 광저우 대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 정상 확인, 정상 복귀
남자팀에게 이번 인천 대회는 정상을 확인하는 자리다. 지난 2006년 중동세(쿠웨이트, 카타르, 이란)에 밀려 4위까지 순식간에 밀렸던 남자팀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이란에 설욕전을 펼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제 다시 한 번 아시아 맹주자리를 확인시키고자 한다.
김태훈 남자대표팀 감독은 "선수, 코칭스태프 모두 전쟁에 나서는 전사라 생각하고 있다. 영화 '명량'의 이순신 장군의 마음으로, '죽는다'는 생각으로 이번 인천에서 쏟아부어 국민에게 모두 기쁨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꼭 정상에 설 수 있는 모습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여자팀은 빼앗긴 왕좌를 되찾아와야 하는 숙제가 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지난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이어져 온 우승행진을 마감했다. 이번 대회에서 다시 정상으로 복귀, 앞선 대회에서의 아픔을 깨끗하게 씻어내겠다는 각오다.
임영철 여자대표팀 감독은 "선수로 1982년 뉴델리 대회에 출전했지만 지도자 생활로는 첫 아시안게임이다. 그에 따른 부담감이나 긴장감이 굉장하다"면서도 "하지만 마음 속 꿈틀거림, 솟아나는 것이 있다. 자신감, 기대감이 한쪽에서 솟아나고 있다. 이번에는 '금'이 있는 우생순이 되도록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 남자는 변수, 여자는 당연
한정규 대한핸드볼협회장 직무대행은 이번 대회 성적에 대해 확신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한 대행은 "이렇게 선수들을 보니 믿음직하다.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확신이 선다"면서 "협회는 우승을 위해서 남김없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여자팀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금메달을 확신했다. "여자팀은 아시아를 떠나 유럽팀과 경쟁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안게임은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으로 가는 중간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을 리우 올림픽으로 가는 연장선상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대한핸드볼협회는 '리우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임영철 감독을 비롯해 조치효, 이석형 코치를 전임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2016년까지 임기를 보장했다. 여기에 주니어 지휘권까지 부여해 유소년~성인 대표팀으로 이어지는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 대행은 "당장의 성적에 목 매기보다는 기본기를 충실하게 다지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기는 데 집착하지 않고 전술, 스피드를 바탕으로 경험을 쌓도록 정착시키자는 것이 전임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목적"이라며 "SK그룹이 꾸준하게 장학금을 주면서 정착시킨 영재육성 프로그램도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른 종목에 유망한 남녀 어린 선수들을 빼앗기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그렇다고 부담이 전혀 없는 여자팀이 아니다. 여자팀 주장 우선희는 "4년전 광저우 대회가 아쉽다. 항상 선배 언니들이 금메달을 따냈는데 동메달로는 아쉬웠다. 더 이상 동생에게 이어주기 싫다"면서 "인천에서 한다는 부담감은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하는 것은 물론 홈에서 펼쳐지는 대회라는 점에서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한 것이다.
하지만 남자팀에 대해서는 걱정스런 표정을 살짝 드러냈다. 한 대행은 "현재 중동국가들은 유럽 젊은 용병들을 데려와 경기에 출전시키고 있다. 신체적으로 월등한 유럽 용병 때문에 중동국가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남자팀은 그것이 금메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귀화를 시켜야 하는 한국과 달리 중동국가는 이념만 맞다면 누구나 그 나라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다는 것이다.

남자팀 주장 박중규도 중동의 강세를 경계하고 나섰다. "퀵 스타트 등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수비 보강을 위해 훈련 중"이라는 박중규는 "중동의 경우 해외 선수가 많아 어려운 면 있다"면서도 "많이 경험해 본 유럽 선수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대비를 많이 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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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규 대한핸드볼협회 직무대행(위), 우선희(중간) / 대한핸드볼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