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포지션 자율, 야구계는 ‘부작용 우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05 06: 22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와 더불어 규정된 포지션 제한을 놓고 “자율화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로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인데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현행 체제가 바람직하다”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에 손을 봤다. 기존 2명 보유, 2명 출전(신생팀 혜택 3명 보유, 2명 출전)에서 3명 보유, 2명 출전(신생팀 4명 보유, 3명 출전)으로 바꾼 것이다. 사실상 한 명을 더 허용한 것이다. 대신 “동일한 포지션으로 3명을 선발할 수 없다”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쏠림현상에 미리 방지턱을 세웠다. 이에 각 팀들은 모두 외국인 타자 한 명씩을 선발했다. 각 팀마다 손익은 분명하지만 외국인 타자들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전제조건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봄부터 몇몇 팀에서는 “포지션 제한을 풀어야 한다. 포지션은 각 구단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대세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열린 올스타전을 앞두고 개최된 감독자 회의에서 중론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엔트리 확대에 대한 의견과 더불어 KBO에 공식적으로 전달될 예정이며 KBO도 논의해보겠다는 방침이다.

막대한 돈을 들여 뽑는 외국인 선수다. 그 돈을 지불하는 구단이 포지션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은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또한 외국인 선수 선발은 각 팀의 취약 지점을 보완하는 방편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포지션 제한은 효율성과 자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 가장 큰 핵심은 포지션의 쏠림이다. 한 현역 감독도 “만약 포지션이 자율화되면 대부분의 팀들이 투수 세 명을 뽑지 않겠는가”라고 인정했다.
특히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선발 투수를 대거 수혈할 가능성이 높다. 한 관계자는 “3할이나 그에 근접한 성적을 내는 외야수는 매년 새롭게 몇몇이 나온다. 그러나 10승 투수는 새롭게 등장하기 어렵다. 올해 타고투저를 실감한 각 구단들이 좋은 선발 투수 영입을 가장 첫 머리에 둘 가능성이 높다. 실제 작년까지 대부분 선발 투수들을 뽑지 않았나”라고 전망했다.
현장에서는 경기를 확실하게 책임져 줄 수 있는 선발 투수에 대한 목마름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모든 이들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투수 쪽에서의 불만도 감지된다. 한 선발급 투수는 “외국인 선수로 선발 세 명을 채울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국내 선발 투수들은 현실적으로 두 자리밖에 보장받을 수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보직 이동 등으로 불펜 투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당장 전반적인 여론 자체가 좋지 않다.
가뜩이나 국내 선발 투수들의 질적인 부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원로 야구인은 “토종 선발 투수가 없다. 잘한다는 선수들은 죄다 미국이나 일본으로 나가 버린다. 한국야구의 큰 위기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국제 경쟁력도 장담할 수 없다”라면서 “물론 리그의 수준 향상도 중요한 일이지만 외국인보다는 국내 선수들의 힘으로 그 목표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효율성과 균형 사이에서 어떤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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