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는 창원 야구팬들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이제는 창원시가 그 의리에 대한 대답을 내놓을 때다.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약속을 뒤늦게나마 제대로 지키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논란을 일으켰던 창원 신축 야구장 논란이 일단락됐다. 안상수 통합창원시장은 4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결과와 자체 논의 등을 토대로 간부들과 최종 논의를 거쳤다. 시정조정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NC가 요구한 마산종합운동장으로의 입지 변경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창원시는 전임 박완수 시장 당시 지역 균형 개발을 위해 신축구장을 진해육군부지에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교통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빗발쳤다. 창원시민들의 여론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창원시와의 관계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NC를 대신해 시민들이 시정에 반대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창원시장이 된 안상수 시장은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고 4일 최종 결론이 났다.

자칫 연고지 이전까지 이뤄질 수 있었던 상황은 고비를 넘겼다. NC와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즉각적으로 환영 성명을 냈다. NC는 “오늘 결정은 야구로 하나되는 창원이 되기 위한 시작이라고 본다”라면서 “구단은 창원시와 빠른 시일 내에 상세협약을 체결하여 창원시민이 함께 할 새 야구장을 최단기간 내에 완공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KBO 역시 “창원시의 발표에 대해 환영하며 모든 야구팬들과 야구인들을 대신하여 이 같은 결단을 내려주신 창원시 안상수 시장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고 발표했다. 화해 무드의 형성이다.
NC의 인내심이 빛을 발했다는 시선이 높다. NC는 진해육군부지가 새 야구장 부지로 선정된 뒤 직접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꾸준히 설득 작업과 여론전을 벌였다. 기본적으로 “창원에 뿌리를 내리겠다”라는 NC의 굳은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었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창단 이후 창원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 그렇게 창원 팬분들이 하나둘씩 마음을 열고 있는 상황에서 연고지 이전은 생각하기 쉽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실제 kt가 수원으로 향한 뒤 신생 구단 유치가 어려워진 세 곳 정도의 지자체는 NC에 직간접적인 연고지 이전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파격적인 제안도 적지 않았다. 정부로부터 ‘조건부 승인’, 사실상 ‘불가’ 판정을 받고도 일방통행을 한 창원과는 완전히 달랐다. KBO에 납부한 예치금 100억 원을 모두 날릴 위기에 처한 NC의 귀가 솔깃할 만했다. 하지만 NC는 창원과의 의리를 지켰고 이번 발표를 통해 창원 팬들과의 의리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해피엔딩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창원시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쉽게 풀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약 1000억 원에 이르는 야구장 신축 비용에 부담을 느낀 창원시가 NC에 건설비 일부를 요구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경기장 신축이 아닌, 현 마산종합운동장의 리모델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추측도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나 창원시가 애당초 NC, 그리고 야구팬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면 모두 해결될 일이다.
창원시는 NC에 메이저리그급 신축 구장과 전폭적인 행정 지원을 약속하며 야구단을 유치했다. 전임 시장 당시 이뤄졌던 약속이라고 해서 이행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창원시의 불통으로 중간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만큼 더 성실하게 이 의무를 이행해야 올바른 일이다. 이는 마산·창원·진해가 통합되며 거대 지자체가 된 창원의 품격에도 어울리는 일이다. 또한 NC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NC를 응원하는 창원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딴 생각은 정말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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