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 ‘포수 이재원’ 고집하는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05 10: 11

전반기 최고의 활약을 보인 이재원(26, SK)의 타격 페이스가 주춤하다. 경험 부족과 체력 저하가 겹친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지명타자 포지션에서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만수 SK 감독은 고개를 젓는다.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이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반기 79경기에서 타율 3할9푼4리, 10홈런, 66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이재원은 후반기 들어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4일까지 후반기 78경기에서 타율은 2할1푼8리에 머물고 있다. 4할에 육박하던 시즌 타율도 3할5푼6리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높은 타율이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힘이 부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전반기 내내 밝은 얼굴이었던 이재원 스스로도 최근에는 “힘이 든다”라며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최정과 박정권의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원의 하락세는 아쉬운 일이다. 때문에 체력 소모가 심한 포수 출전보다는 지명타자로 활용해 타격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지명타자 출전이 타격감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포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정권자인 이만수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앞으로도 계속 정상호와 번갈아가며 포수로 출전시킬 생각이다.

이 감독은 이재원의 부진에 대해 체력보다는 경험부족과 지나친 의욕을 들었다. 이 감독은 “잘하고 싶은 의욕이 많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더라. 그러다 보니 그 좋았던 스윙이 무너졌다. 쳐야겠다는 생각에 너무 공을 끝까지 보다보니 타이밍이 늦어졌다. 요즘 유격수 앞 땅볼이 많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안 맞다보니 조급해지고 걱정도 생긴다. 하지만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재원은 올 시즌이 풀타임 주전으로 뛰는 첫 해다. 한 시즌을 치르는 경험이 아무래도 부족하다. 워낙 타격 재능이 뛰어난 선수이기는 하지만 슬럼프에 대처하는 방법은 서툴 수밖에 없다. 사실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다. 이 감독의 말대로 스스로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그렇지만 이 감독은 체력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수비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는 대선수가 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현역 시절 스스로도 포수 및 중심타자 몫을 했던 이 감독의 확고한 지론이다. 이 감독은 “잘하든 못하든 꾸준하게 나가야 한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나처럼 타율관리를 하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정상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원이 이 고비를 넘기고 더 큰 선수로 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 나왔다. 실제 이재원은 4일 문학 SK전에서 선발 포수로 출전해 김광현과 호흡을 맞췄다.
배려도, 조언도 했다. 이 감독은 지난 8월 31일 광주 KIA전에 이재원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다음날 휴식일까지 이틀을 쉬도록 배려했다. 그 후로는 4번 타순을 벗어나 5번 및 6번으로 투입시키고 있다.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다. 이 감독은 “지금은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차라리 야구를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라며 이재원이 스트레스를 덜길 고대했다. 이재원이 자신에게 찾아온 첫 고비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지, 팬들과 이만수 감독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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