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장 뺀 ‘타짜2’, 롯데 최초의 가을 영화가 될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09.05 07: 12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롯데자이언츠 팬들의 염원은 언제나 가을 야구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강민호를 응원해보는 게 롯데 팬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이웃 계열사 롯데엔터테인먼트도 이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메인 투자 작품을 추석 라인업에 선발 등판시키지 못했던 이력 때문이다.
 롯데는 그 동안 CJ, NEW, 쇼박스에 밀려 영화계에서 덩치만 큰 미국 자동차 같은 대우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개봉작 편수와 흥행 성적 모두 기대를 밑돌았고 자체 시나리오 공모전 개최 전까진 타사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보류되거나 거절당한 책을 개발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니 방학이나 추석, 설날 같은 극장가 대목에 외화를 걸거나 타사 작품을 배급 대행하며 극장 매출을 올리는데 주력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롯데엔터의 체력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4월 개봉한 ‘역린’을 시작으로 ‘해적’ ‘협녀’가 총제작비 100억 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급 대작인데다, 투자사들이 탐내던 국내 객단가 최고 감독인 강형철까지 영입해 ‘타짜2’로 치열한 추석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물론 롯데 영화 중 ‘과속스캔들’ ‘활’ 같은 히트작이 여러 편 있었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이 영화들의 메인 투자사는 DCG플러스였으며 롯데는 작품 당 5억 안팎을 부분 투자하며 공동 배급사로 참여한 게 전부였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 때문에 리스크를 낮추는데 골몰하다보니 흥행 비즈니스인 영화가 속칭 잭팟이 터져도 큰 수익을 취하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롯데가 최근 메인 투자해 대박이 난 작품은 작년 여름 선보인 하정우 주연 ‘더 테러 라이브’ 정도였다.
롯데가 투자 단계부터 개봉 시기를 못 박고 제작 관리한 첫 작품은 현빈 주연 ‘역린’이었다. 그 전까진 롯데 투자팀 직원들조차 외부에 자사 라인업을 자신 있게 확정 발표하지 못 할 만큼 늘 주변 환경을 살펴야 했다. 경쟁사 정보를 수집해 온갖 경우의 수를 대입해가며 출전 선수들을 골라야 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기대가 컸던 ‘역린’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는 선에서 흥행세가 멈췄을 때 롯데의 분위기는 당혹감을 넘어 침울 모드 그 자체였다고 한다.
 분위기 반전의 주인공은 ‘해적’이었다. 개봉 전 약체로 평가받은 ‘해적’이 ‘군도’ ‘해무’를 크게 따돌리며 700만 관객을 동원, 롯데의 체면을 살려준 것이다. 3일 김남길 손예진의 공약 이벤트에서 만난 롯데 마케팅 직원은 “입사 후 이런 행사를 처음 개최해본다. 눈물이 날 것 같다”며 기뻐했다. 롯데는 이같은 ‘해적’의 여세를 몰아 ‘타짜2’로 가을 극장가까지 제패하겠다는 계획이다.
 ‘두근두근 내 사랑’ ‘루시’가 만만치 않은 상대인 건 맞지만 그래도 한번 해볼 만한 레이스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타짜2’가 개봉 첫날인 3일 하루에만 2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청신호를 밝힌 것도 호재다. 감독과 특별 출연한 김윤석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스타 파워도 없고, 흥행에 불리한 청불 등급이지만 추석과 궁합이 맞는 흥미로운 오락물인만큼 관객과의 기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명량' 최민식 효과로 얼리 어답터들이 몰리는 ‘루시’가 의외로 빨리 힘이 소진된 뒤 ‘타짜2’와 ‘두근두근’이 선두권 2파전 양상을 띤다면 ‘타짜2’가 생각보다 쉽게 500만 고지를 밟을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을 얻는다. 중위권에 포진돼 추석까지 넘어가게 된 '비긴 어게인'도 여전히 복병이 될 것이란 관측 역시 나온다.
 ‘타짜2’ 제작진의 1차 목표는 340만 명 정도인 BEP를 넘어 최동훈 감독의 전작 스코어 684만 명을 추월하는 것이다. 과연 만년 꼴찌 소리를 듣던 롯데가 여름에 이어 ‘타짜2’로 가을 극장가까지 파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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