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악당에 관객들이 홀리고 있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타짜-신의 손'(강형철 감독)의 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장동식이란 인물과 이를 연기한 배우 곽도 유해진이다. 주인공 함대길(최승현)은 장동식은 만나면서 생사를 넘나드는 도박세계의 여정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된다.
'타짜-신의 손'은 삼촌 고니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손재주와 승부욕을 보이던 대길(최승현)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타짜 세계에 겁 없이 뛰어들면서 목숨줄이 오가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 장동식은 이런 함대길과 대립하는 악역이다.

그런데 이 장동식은 뭔가 이질적이다. 푸근하고 사람좋으 미소에 말투도 조용조용한 편이라, 마치 옆집 아저씨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별명도 위협적이라기 보다는 친근한 '답십리 똥식이'다. 하지만 이런 점에 마음을 놓고 넘볐다가 허를 찔린다.
여기에 끝끝내 죽지 않고 살아나는 불사(不死 )의 이미지도 있는데, 우여곡절 끝 죽은 줄만 알았던 장동식이 사막 같은 쓰레기 더미에서 살아남는 장면은 연기적으로, 그리고 연출적으로 아찔하기까지하다.
이런 면은 앞서 5월 개봉해 344만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영화의 구원투수가 된 영화 '끝까지 간다'(김성훈 감독)의 조진웅을 떠오르게도 한다. 이 영화에서 조진웅은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악당 중 한 명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들었다.

'끝까지 간다'에서 비밀스러운 나쁜 경찰로 주인공으로 목을 죄었던 박창민 역 조진웅은 위압적인 카리스마로 영화 시작 1시간 여 후에 잊지 못할 첫 등장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혼을 빼놓았다. 곽도원은 주변에 있을 것만 같지만 상상 이상의 잔인한을 갖추고, 험악한 모습 대신 무표정이 얼마나 더 소름끼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장동식으로 분해 관객들을 악마적인 도박판으로 안내한다.
곽도원은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 혹은 평이 갈리는 멀티캐스팅 배우들 중에서도,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얻고 있다. '타짜'가 배출한 절대 악 아귀(김윤석)가 절대적인 카리스마의 호랑이 같다면 장동식은 뱀처럼 보는 이를 숨 못쉬게 휘감아버린다.
한편 '타짜-신의 손'은 지난 4일 하루동안 전국 13만 7276명을 동원하며 이틀째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를 이어갔다. 누적관객수는 35만 501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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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신의 손'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