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신의 손'이 개봉 이틀째 박스오피스 정상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추석 시즌, 야심차게 '19금 영화'로 결전에 뛰어든 '타짜:신의 손'은 취향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다른 평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강형철표 타짜'가 탄생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타짜-신의 손'은 삼촌 고니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손재주와 승부욕을 보이던 대길(최승현)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생과 사를 오가는 타짜 세계에 겁 없이 뛰어들면서 여러 승부를 벌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엄청난 팬층을 거느린 만화 원작, 그리고 전작이 있는 '타짜'의 속편 연출을 맡는 것은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었겠지만, 강형철 감독은 이를 대담한 도전으로 바꾸며 '강형철표 타짜'라는 네임 태그를 다는 데 성공한 것. 적어도 기본 성과가 있는 셈이다.

사실 '타짜-신의 손'의 최대 약점은 관객의 기대감이였다. 기대감이 컸던 영화가 그 만큼 큰 배신감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을 돌이켜봤을 때, '타짜-신의 손'은 우려가 컸다. 최동훈 감독에게 '장르영화의 대가'라는 수식어를 달아 준 '타짜'는 '타짜-신의 손'에 후광을 줬지만 동시에 부담을 안긴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꼭 '넘어야 될 산'일 필요는 없다. '다른 산'일 수 있도 있다는 것을 '타짜-신의 손'이 보여준다.
영화 '과속 스캔들','써니'를 통해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는 휴먼 코미디에 대한 감각을 입증한 강형철 감독이 살벌한 도박판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 지 호기심을 일으켰는데, 강형철 스타일은 소재와 주제에 묻히지 않았다. '강형철의 타짜'임을 곳곳에서 발견 할 수 있다.
무려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 동안 영화는 쉴 새 없이 달려나간다. 에피소드와 에피소드가 이어지고, 화투판은 공간을 달리하며 다이나믹하게 펼쳐진다. 주인공 대길은 화투치기도, 사랑하기도, 그리고 정신적으로 성숙하기도 바쁘다.

이 속에서 여유가 생기는 부분은 감독 특유의 위트가 드러날 때다. 위협적인 순간에 툭 터지는 유머는 조여있던 마음을 일순간 무장해제시킨다.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는 순간이 지나면 다시 롤러코스터다. 위험천만한 카체이싱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가수 나미의 '빙글빙글'은 관객을 차에 타고 있던 입장에서 즐거운 게임을 보는 관찰자로 돌려놓는다.
전작들을 통해 적지 않은 캐릭터들을 각자 쫄깃하게 살려 보여줬던 강형철 감독의 장점이 이번 영화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다. 대길을 중심으로 첫사랑 미나(신세경), 비밀을 감춘 화투판의 꽃 우사장(이하늬), 수더분해 보여 더 소름끼치는 악역 장동식(곽도원), 원작에는 없었지만 강형철 감독이 살려낸 대길의 멘토 고광렬(유해진) 등을 비롯해 조연 한 명 한 명까지 팔딱 거린다. 이 영화를 본 후 '그 배우는 누구야?'라는 질문이 많아질 법 하다.
액션, 코미디, 멜로, 스릴러, 복수극, 성장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가 한데 담겨서 순서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오는데, '써니' 같은 복고 분위기와 '과속 스캔들'의 따뜻한 정서가 관통하는 것이 시그니처처럼 감독의 손길을 느끼게 한다.
도박판 자체가 주는, 쫀쫀하거나 묵직한 공기나 전편보다 아쉽다는 반응도 있지만, 주인공들의 연령층이 낮아진만큼, 분위기가 한층 젊어진 것도 이해할 만 하다. '타짜'가 만약 할리우드 배트맨 같은 시리즈물이 된다면 각 연출자에 따라 다르게 요리되는 타짜들을 보는 것도 한 재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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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