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네수엘라] 5956일 기다린 이동국, 자축포로 센추리클럽 가입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9.05 21: 57

멈췄던 시계가 돌아갔다. 전북 현대의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35)이 자축포를 쏘아올리며 5956일 만에 영예의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했다.
한국은 5일 오후 8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A매치 경기서 전반 중반 골키퍼 김진현의 실수로 마리오 론돈에게 선제골을 헌납했지만 전반 이명주의 동점골과 후반 초반 이동국의 헤딩 결승골, 후반 중반 이동국의 쐐기골에 힘입어 3-1로 대역전승했다.
K리그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동국이 최전선에 섰다. 앞서 A매치 99경기에 출전했던 이동국은 이날 선발 출전, 후반 32분까지 77분을 소화하며 영예의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이로써 이동국은 차범근,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 김태영, 이운재, 이영표, 박지성 등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9번째로 명예로운 훈장을 받았다.

이동국은 1998년 5월 16일 자메이카와 경기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99경기 동안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총 30골을 기록했다. 시계가 멈춰섰다. 지난해 6월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이 그의 마지막 대표팀 출전이었다.
이동국은 브라질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하면서 태극마크와 인연이 멀어지는 듯했다. 기우였다. K리그 맹활약이 대표팀 복귀로 이어졌다. 이동국은 올 시즌 K리그 11골(단독 선두) 6도움(공동 2위)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활약상으로 보면 이동국의 A대표팀 복귀는 당연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이동국은 이날 경기서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했다. A매치 100번째 경기서 2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진가를 200% 증명했다.
이동국은 전반 초반부터 베네수엘라의 골문을 적극적으로 노렸다. 전반 8분 김민우의 크로스를 감각적으로 발을 갖다대는 장면과 전반 29분 수비수를 달고 각도가 없는 지역에서 슈팅을 날리는 장면은 물오른 그의 몸상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기어코 자축포를 쏘아올렸다. 이동국은 1-1로 팽팽하던 후반 8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김민우의 코너킥을 정확히 머리에 맞혔다. 아름다운 궤적을 그린 볼은 크로스바를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상대 골키퍼도 손 쓸 수 없는 완벽한 골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였다. 이동국은 후반 19분 쐐기골까지 뽑아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이명주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들에 맞고 문전 앞에 떨어지자 지체 없는 오른발 슈팅으로 베네수엘라의 골망을 힘차게 흔들었다.
이동국은 후반 32분까지 소화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자신의 특별하고 또 의미 있는 100번째 A매치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동국을 위한 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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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종합운동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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