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지와 투혼이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되살렸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5일 FIFA 랭킹 29위 베네수엘라에 3-1의 완승을 거뒀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서 부진했던 결과를 어느 정도 씻어내는데 성공했다.
브라질서 한국은 1무 2패의 부진한 결과를 얻었다. 단순히 경기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낙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결과 팬들의 쓴소리는 질타까지 이어졌고 불명예스러운 퇴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새롭게 대표팀이 구성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노장들이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대표팀을 임시로 이끈 신태용 코치는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신 코치는 경기 후 "내 자신에게 A매치 데뷔전이었다. 월드컵 후 첫 평가전이라 심리적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선수들에게 하고자 하는 의욕을 주입한 것이 주효했다. 눈빛이 살아있음을 팬들에게 보여줬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월드컵 때 알제리전을 보면서 좀 더 압박을 앞에서부터 들어갔다면 좋은 경기 할 수 있었다고 느꼈다. 오늘 같은 경기서 내가 A매치 대표팀 감독이 된다면 강하게 눌러보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왔다. 선수들에게 짧은 시간에 주입하기 쉽지 않았지만 한 번 해보겠다고 생각했다. 경기에서 승리의 원인이었다"고 평가했다.
성남 감독 시절 '신공(신나게 공격)'으로 아시아 축구 정상에 올랐던 신 감독은 대표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신공'을 택했다. '최선참' 이동국(전북)을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치면서 베네수엘라를 압박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이청용(볼튼)의 슈팅으로 공격을 시작한 한국은 손흥민(레버쿠젠)의 위협적인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적극적인 분위기로 경기를 이끌었다.
비록 전반 21분 골키퍼 김진현(세레소)의 실수로 인해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공격의 고삐를 풀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전반 32분 이명주(알 아인)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선제골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지면서 공격을 펼친 결과였다. 또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면서 선수들의 정신 상태도 완전히 변했다.
후반전은 이동국을 위한 시간이었다. 전반전을 마치고 하프타임에서 센추리클럽 가입 축하 세리머니를 가졌던 이동국은 후반전 들어 혼자 2골을 터뜨리며 100번째 A매치 출전을 자축했다.
이동국의 A매치 31번째 골은 후반 7분에 폭발했다. 왼쪽 코너에서 김민우가 왼발로 올린 코너킥을 이동국이 높이 솟아올라 헤딩으로 골문 안에 집어넣었다. 이동국의 머리를 맞은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또 후반 19분에도 이동국은 이명주의 크로스가 베네수엘라 몸 맞고 떨어지자 지체없이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며 추가골을 뽑아냈다.
적극적이고 저돌적으로 변한 한국은 베네수엘라전에서 '투지'를 선보였다.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무기중 하나였던 투지가 살아나면서 자연스럽게 침체됐던 자신감 회복에도 성공했다. 비록 평가전이라고는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포함 A매치 6경기만의 승리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자존심 회복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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