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동국-'엄마' 차두리, 최선참들이 위기의 대표팀을 구했다.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5일 FIFA 랭킹 29위 베네수엘라에 3-1의 완승을 거뒀다. 1무2패에 그친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포함, 6경기 만에 거둔A매치 승리다. 지난 3월 6일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이후 5경기에서 1무4패에 그쳤던 한국은 이날 승리로 약 6개월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이날 승리의 중심에는 2명의 노장이 있었다. 바로 '센추리 클럽' 가입에 성공한 이동국(전북)과 차두리(FC 서울). 둘은 아빠, 엄마의 모습으로 대표팀을 이끌며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다시 세웠다.

A매치 100경기 선발 출전으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게 된 이동국은 자축포보다는 한국의 승리에 초점을 더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 수비의 견제가 자신에게 집중되자 무리한 슈팅을 시도하기 보다는 4명의 2선 공격수들이 문전으로 파고드는 것을 보고 패스는 건네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동국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동국은 1-1 상황이던 후반 8분 김민우의 코너킥을 받아 헤딩으로 연결해 베네수엘라의 골망을 흔들었다. 또한 후반 19분 한 골을 더 추가하며 자신의 '센추리 클럽' 가입을 자축했다.
이동국이 문전에서의 포스트 플레이와 2선 침투 자원들에게의 연결 능력 모두 합격점이었다. 원톱에게 바라는 모습을 모두 보인 셈이다. 한국은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원톱 공격수로서 확실한 능력을 보지 못하며 공격에서의 아쉬움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이동국의 활약에 공격진을 향한 아쉬움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격에서 이동국이 불을 뿜자 후배들도 집중했다. 손흥민(레버쿠젠)은 이동국과 유기적인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이청용(볼튼), 이명주(알 아인)도 마찬가지였다. '아빠'처럼 최전방에 나서 공격에 집중하자 모두들 믿고 따랐다.
수비수인 차두리는 '엄마' 역할이었다. 팀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때로는 후배들을 위해 먼저 나섰다. 특히 베네수엘라 공격수와 골키퍼 김진현(세레소)의 충돌 당시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차두리였다.
베네수엘라의 공격 상황에서 공중볼 다툼이 벌어진 가운데 니콜라스 페도르가 김진현과 부딪혔다. 김진현이 점프한 상황에서 페도르는 애초부터 공이 아닌 그를 노리고 점프한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이에 차두리가 격분했다. 후배인 김진현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자 차두리는 페도르에 강하게 항의했다. 또 상대와 거친 몸싸움 뿐만 아니라 언쟁까지 벌인 뒤 차두리는 김진현에게 다가가 몸이 괜찮은 지를 자상하게 챙겼다.
물론 차두리가 신경전만 벌인 것은 아니다. 과감한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대표팀의 추격전을 지휘했다.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위협적인 크로스를 문전으로 배달했다. 또 상대의 거친 공격이 이어질 때는 튼튼한 수비망을 구축하며 한국의 승리를 지켜냈다.
이동국, 차두리의 분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나이가 많아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던 사실을 돌아보면 더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둘은 여전히 건재했다. '아빠'-'엄마'처럼 든든하게 후배들의 버팀목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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