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마운드는 투수 전문가인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 다시 살아나며 치열한 4강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삼성에 버금가는 탄탄함을 자랑했던 불펜은 올해 역시 다른 팀들에 비해 우위다. 타고투저 시즌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4강 경쟁권에 있는 팀들 중에서는 최고다. LG의 강점을 꼽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불펜이다.
그런 불펜이 잠실 라이벌전에서 승리를 날렸다. LG는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에서 3-2로 앞서던 9회초에 봉중근이 김현수에게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홈런을 허용해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아 3-3으로 비겼다. 선발 우규민이 물러난 뒤부터 가동된 LG 불펜은 유원상, 신재웅, 이동현이 홀드를 올리는 등 6⅔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다. 나쁘지 않았으나,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것이 흠이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5일에는 진면목을 보여줬다. 선발 류제국이 6⅓이닝을 소화하며 긴 이닝을 책임졌고, LG는 불펜의 핵심인 신재웅-이동현-봉중근만 내고 경기를 끝냈다. 셋은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신재웅과 이동현은 홀드, 봉중근은 세이브를 수확했다. 봉중근은 2년 연속 30세이브에 단 1세이브를 남겼다.
LG가 4위 자리가 걸린 두산과의 2연전에서 1승 1무라는 만족스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불펜의 덕이 크다. LG 불펜은 이틀 동안 9⅓이닝 2실점으로 견고했다. 봉중근의 블론 세이브가 큰 인상을 남기기는 했지만 불펜의 전체적인 투구 내용은 탄탄했다.
또한 LG는 이틀 연속 불펜이 무너지는 모습도 연출하지 않았다. 4일 경기에서는 이현승-오현택-이용찬-윤명준-함덕주가 이어 던지면서 6이닝 무실점한 두산 불펜에 다소 밀리는 인상도 없지 않았지만, 5일 경기에서는 LG 불펜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막판에 동점을 허용한 경기 직후 불펜이 보여주는 경기 내용은 그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팀인지,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서도 잘 해낼 팀인지를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LG는 불펜이 가진 본연의 모습을 내보이는 것으로 4강의 자격을 증명했다 할 수 있다.
특히 신재웅-이동현-봉중근은 1점차 승부에서도 다른 팀의 필승조와 비교해 안정적이다. 신재웅과 이동현은 8월부터 등판한 경기에서 각각 11이닝 2실점, 12이닝 무실점하고 있다. 여름에 강한 봉중근도 7월부터 20⅓이닝 동안 5실점으로 순항 중이다. 이외에 정찬헌, 유원상, 윤지웅 등도 버티고 있어 지키기와 추격이 모두 가능하다.
단기전에서는 불펜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LG가 4위로 정규시즌을 마칠 경우 포스트시즌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물론 아직 4위 경쟁이 전개중인 만큼 이 힘으로 4위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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