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한화 2군, "이것이 서산야구장 효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9.06 06: 10

"한화 2군이 정말 달라졌다".
한화 2군 퓨처스가 지난 5일 롯데와 서산 홈경기를 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성적은 90경기 43승38패9무 승률 5할3푼1리로 남부리그에서 상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92경기 28승56패8무 승률 3할3푼3리로 남부리그 5위 최하위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장족의 발전. 2군 리그 성적 뿐만 아니라 1군에 적절한 선수 공급을 통해 '5분 대기조' 역할도 톡톡히 했다. 이태양·김경언·강경학 등이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지금 1군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학준·조정원·이창열 등 내야수들은 1군에서 부상자가 발생할 때마다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끔 잘 메웠다. 지난 2012년 말에 건립돼 올해로 2시즌째, '서산야구장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야신도 깜짝 놀란 한화 2군의 변화

이정훈 한화 2군 감독은 "지난해에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육성 위주 운영을 했다면 올해는 경기를 위한 스케쥴로 어느 정도 변화를 줬다. 육성과 함께 이기는 야구를 한 결과 성적이 좋았다"며 "선수들에게 인성과 분위기를 강조했다. 특히 2군의 12개팀 중 가장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했다. 훈련을 할 때에는 제대로 하고, 쉴 때는 선수들과 같이 야식도 먹어가며 했다. 2군 시즌이 너무 빨리 끝난 것 같아 아쉽게 느껴질 정도"라고 한 해를 돌아봤다.
특히 한화 2군의 달라진 경기력에 상대팀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5월에는 한 때 시즌 최다 10연승을 달리기도 했고, 8점차로 크게 뒤지던 경기를 뒤집어 끝내기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한화 2군과 교류경기에서 완패를 당한 '야신'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도 "정말 한화 2군이 맞느냐. 애들이 많이 좋아졌다"고 깜짝 놀라했다는 후문. 상대팀은 물론 해설자·심판들도 "한화 2군이 달라졌다"고 칭찬일색이다.
이정훈 감독은 그 효과를 서산구장에 돌렸다. 이 감독은 "모든 것이 바로 이 서산야구장 덕분이다. 서산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좋아질 수 없었다"며 "운동하기에 서산야구장 만큼 좋은 곳이 없다. 이전에는 제대로 육성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실내연습장 하나밖에 없는 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마음껏 야구할 수 있는 서산구장 효과가 정말 크다. 작년부터 시작된 서산구장 효과를 점점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시작으로 다른 팀들도 육성의 중요성을 느끼며 2군 구장들을 짓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불 꺼지지 않는 서산구장, 야구만을 위한 곳
3년차 포수 엄태용은 "밤 12시까지도 타격훈련을 한다. 이정훈 감독님이 옆에서 떠나시지 않는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생긴 건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신인 투수 조영우는 "한마디로 야구밖에 할 수 없는 환경이다. (고교 때) 제주도에도 있었지만 그곳보다 더 심하다"라며 웃은 뒤 "처음 한화에 지명받았을 때에는 서산 생활이 걱정됐지만 이제는 좋다. 밥도 정말 맛있다. 살이 찔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신고선수 출신 외야수 노수광은 "내가 훈련하고 싶을 때 언제든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있다. 밤에도 훈련할 수 있다. 나는 운동을 안 하면 못 견디는 스타일이라 서산구장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정훈 감독이 지목하는 선수들은 물론 스스로 훈련하고 싶어하는 선수들도 밤까지 실내연습장에서 스윙을 휘두를 수 있다. 2년차 내야수 조정원은 "선수들도 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잘 되어있다"고 말했다.
서산으로 옮기기 전이었던 용전동 시절부터 옆에서 지켜본 김종문 육성팀 매니저는 "과거에는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다. 우리 2군만의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1군이 없는 날은 대전구장을 쓸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청주구장이나 계룡대, 고교팀 훈련장을 빌려 써야 했다. 실질적으로 1~2시간밖에 훈련을 못하는데 제대로 집중할 수 있었겠는가. 육성이 될 수 없는 여건이었다. 서산구장이 생긴 뒤로 그런 고민이 없어졌다"고 기뻐했다.
▲ 고위층 관심과 투자, 2군을 춤추게 하다
한화 2군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렸던 5일 서산구장, 정승진 한화 대표이사가 찾아왔다. 1군이 원정경기를 치른 대구에서 서산까지 달려온 정승진 대표는 경기 후 한 해 동안 고생한 2군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직접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정승진 대표와 노재덕 단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서산구장을 찾으며 2군 선수단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서산 뿐만 아니라 2군 원정지까지 3연전 내내 방문할 정도로 깊은 관심이다.
지난 2011년 한화 야구단에 부임한 후 구단 숙원이었던 서산 전용연습장 건설을 이끈 정승진 대표는 "대전이 현재이고, 용전동이 과거라면 서산구장은 우리의 미래와 희망이다. 이곳에서 한화의 미래가 만들어진다. 우리 젊은 선수들이 전진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 당장 1군 성적이 안 좋아도 앞으로는 점점 좋아질 것이다. 서산구장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감독은 "서산구장을 지으신 분들이다. 구단에서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게 2군 선수단에는 굉장한 힘이 된다"고 감사한 마음을 나타냈다. 한화 관계자도 "선수들의 사기에 있어서도 사장·단장님의 관심은 정말 큰 것이다. 높으신 분들께서 2군에 꾸준하게 찾아와 격려하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숙소도 1인1실로 쓰고 있고, 메이저리그식 영상분석실도 마련돼 있다. 특히 지난해 마이너리그 연수를 다녀온 한용덕 단장특별보좌가 도입한 이 영상분석실은 상황별·다각도로 선수 개개인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해 비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되어있다. 김종문 매니저는 "선수들이 영상을 보는 것과 안 보는 건 차이가 크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다른 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 역시 구단 고위층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서산구장의 밤은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이정훈 감독은 "선수들에게 내일을 위해 숙면을 취하고 컨디션을 조절하라고 할 정도"라며 "이제 선수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준비라는 두 글자의 중요성을 조금씩 알게 되는 듯하다"고 흐뭇해 했다. 서산구장 시대를 맞이해 몰라보게 달라진 육성 시스템이 한화의 미래를 밝게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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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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