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관객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뒤 가을 스크린까지 질주중인 한 남자가 있다. 8월 전국을 뜨겁게 달군 두 편의 불판 영화 ‘명량’과 ‘해적’에 이어 추석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가을 대표 영화로 부각된 ‘타짜2’까지 맹활약한 김원해다. 만약 ‘타짜2’마저 흥행 대박을 기록한다면 두 달 동안 3연타석 홈런라는 진귀한 기록의 보유자가 될 전망이다.
김원해는 ‘명량’에서 충무공에 반기를 들고 거북선을 불태운 뒤 도주하다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두는 경상우수사 배설 장군으로 출연했고, ‘해적’에선 유해진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산적 넘버 투 춘섭으로 나왔다. 전작에선 이순신의 고뇌와 분노를 부각시키는 인물이었던 데 반해 ‘해적’에선 청량감 넘치는 코믹 코드를 담당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 40대 중반의 낭중지추 배우는 지난 3일,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해적’ 700만 공약 이벤트에 김남길 손예진과 참석해 “25년간 무명으로 살았는데 저한테도 이런 날이 온다”며 “얻어걸린 것 같은 느낌이 없진 않지만, 과분한 관심과 인기를 좀 누려보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있다”고 솔직히 말해 갈채를 받았다.

그는 이날 차기작 스케줄 때문에 불참한 유해진을 대신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객석을 웃겼다. 한 여성 참가자와 이마 키스에 도전하는가 하면, 프리 허그도 가장 열정적으로 임해 참석자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이 행사를 마친 김원해는 곧장 영동대교를 넘어갔다. ‘명량’ 신기록 자축 파티가 열린 강남역 인근 음식점으로 향하기 위해서였다. 이 식당에 도착한 김원해는 김한민 감독과 최민식 류승룡 김구택 등 동료 배우, 스태프들과 소주잔을 부딪치며 1700만 신기록 달성을 자축했다.
tvN ‘SNL코리아’로 얼굴을 알렸지만 그는 1997년 송승환이 기획한 퍼포먼스 그룹 난타 1기 배우로 더 유명하다. 이때 그의 옆에서 함께 북을 두드렸던 이가 바로 류승룡이었다.
김원해는 “10년간 난타에 전념하며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지만 배우들은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그 일을 그만두고 연극배우로 살며 연봉 170만원으로 버티던 시절도 있었다”고 말했다. 두 딸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공교롭게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한 두 편의 여름 영화로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신다. ‘타짜2’도 스타트가 좋은 만큼 꼭 좋은 결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희망대로 ‘타짜2’가 600만 관객을 돌파한다면 김원해는 릴레이 하듯 출연한 세 편의 영화만으로 관객 수 3000만 배우가 된다. 흥행을 책임지는 주연은 아니지만, 얼마든지 값지고 의미 있는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장진 감독 사단인 김원해는 ‘타짜2’에서 내기 도박판에 휘말린 대길(최승현)과 그의 스승 고광렬(유해진)을 돕는 만능 해결사 조화백으로 출연해 전매특허인 웃음 코드를 맡았다. ‘해적’에서 ‘음파음파’로 호흡을 맞춘 유해진과의 투샷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bskim01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