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안방극장을 주름잡았던 장수 예능프로그램들이 존폐기로에 섰다.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의 무시무시한 공세에 지상파 예능프로그램들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벌어진 나비 효과다. 지상파 예능의 막강한 영향력의 균열은 장수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부터 시작되고 있다. 타격이 다소 연식이 오래돼 방송사의 상징 같았던 프로그램들부터 미치는 것.
2000년부터 방송됐던 SBS ‘도전천곡’이 지난 6월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은 것은 광고 판매 부진 때문. 무려 14년이나 방송됐고, 중장년층의 큰 사랑을 받고 있었던 ‘도전천곡’의 폐지는 시청자들에게는 급작스러운 일이었지만 방송가는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던 사안이다.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도전천곡’ 뿐만 아니라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이상이 된 장수 예능 프로그램들이 하나 같이 방송사 내부적으로 폐지 1순위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장수 예능프로그램들이 위기에 몰린 것은 방송사의 수익과 관계 있는 광고 판매율이 낮다는 이유다. 장수 예능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아, 시청률은 낮지 않은데 젊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알 수 있는 인터넷 반향이 크지 않은 것이 공통점. 요즘 광고 판매는 시청률보다는 화제성, 즉 네티즌의 반응을 많이 살피는데 장수 예능프로그램들은 ‘노후하다’는 이미지 속에 광고 판매가 저조하다는 것. 제 아무리 시청률 1위라고 해도 소위 말하는 ‘광고가 붙지않는’ 예능프로그램은 파리 목숨과 같다.
지상파 3사가 경쟁했던 과거에 달리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이 확실한 색깔을 가지고 젊은층을 겨냥하는 예능프로그램들을 내놓으면서 생긴 변화다. 일단 광고를 많이 팔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살아남는데, 장수 예능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신선한 재미를 주지 못한다는 한계 속에 언제 폐지될지 모른다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렇다고 단번에 폐지하기는 어렵다. 일단 새 예능프로그램이 기존 프로그램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장수 예능이 가진 상징성도 무시 못하기 때문. 그야말로 계륵인 셈이다.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PD는 최근 OSEN에 “장수 예능은 막상 없애자니 프로그램이 가진 상징성과 역사가 있어 아깝고, 그냥 방송을 하자니 자꾸 수익성이 떨어지고 방송사 입장에서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장수 예능프로그램들이 자꾸 포맷을 바꾸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어떻게든 생명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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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천곡'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