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 다승왕’ 박세웅, 150이닝에 담긴 의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06 13: 00

“일단 150이닝을 던지고 싶습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프로야구 10구단 kt의 에이스 몫을 해낸 박세웅(19)은 생각이 깊은 선수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야구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대성할 그릇이라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더불어 강한 투지도 가지고 있다. 큰 목표를 가지고 그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에이스 기질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박세웅이 내년 목표를 ‘150이닝’으로 잡았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숨어있다는 것이 박세웅의 설명이다.
경북고를 졸업한 박세웅은 2014년도 신인지명회의에서 kt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그리고 2014년 동기들 중에서는 가장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21경기에 나가 118이닝을 던지며 9승3패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 퓨처스리그 북부리그에서 이형범(경찰청)과 함께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118이닝은 북부리그 최다이닝 소화 기록이며 123개의 탈삼진 역시 최고 기록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무엇보다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경기에 나섰다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웬만하면 선수들에 대한 칭찬을 자제하려고 하는 조범현 감독도 “어리지만 자기 관리가 뛰어나다. 구위도 많이 발전했다”라면서 “지난해 남해캠프 시작부터 지금까지 아프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하루도 쉬지 않았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시즌 뒤 선정한 올해 팀 최우수 투수도 바로 박세웅이었다.
퓨처스리그라고는 하지만 한 시즌을 모두 소화한 박세웅이다. 올해 등판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고 동기들이 가지지 못한 소중한 자산을 가슴 속에 새겼다. 박세웅은 “확실히 아마추어와는 수준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보완점도 찾을 수 있었다. 얻어맞는 과정에서 주무기인 슬라이더 외에 다른 변화구의 필요성을 절감한 박세웅은 정명원 코치로부터 포크볼을 배워 실전에서 활용 중이다. 경기 운영의 묘도 배우고 있다.
그 결과 시즌 초보다는 확실히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한결같은 평가다. 박세웅 또한 올해를 돌아보며 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무대는 내년이다. 당장 2015년 1군에 들어와야 하는 kt의 상황에서 박세웅은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선다. 우선 팀 내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고, 그 다음은 퓨처스리그보다 한 단계 더 수준이 높은 1군 타자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외국인 선발을 대거 수혈할 것으로 보이는 kt에서 선발 로테이션 진입이 가장 유력한 국내 투수는 단연 박세웅이다. 박세웅도 투지를 불태우면서 “150이닝을 던지고 싶다”는 짧고 굵은 목표를 세웠다. 단순한 목표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다. 150이닝을 던지려면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경기마다 잘 던지며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150이닝을 던지면 승수 등 다른 기록은 자연히 따라온다.
이 목표를 위해 치열한 가을과 겨울을 예고했다. 아직 마른 체형에 가까운 박세웅은 최근 웨이트트레이닝에 매진하고 있다. “공 끝의 무게감을 더 키워야 한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더 빛나게 하기 위해 다른 변화구 구사능력 향상도 노력 중이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어야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쑥쑥 성장하고 있는 kt의 초대 에이스가 당찬 출사표를 내밀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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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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