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이재용 감독 "강동원 택시기사? 신선하잖아요"[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9.06 09: 30

이재용 감독의 영화에는 늘상 '신선함'이 있었다. 1998년작 '정사'에선 불륜을 우아하게 그려내는 신선함을 선택했고 2003년작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선 정형화된 사극의 톤과는 다르게 영화를 만들어내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장르적으로도 그는 도전을 많이 했다. 2009년 개봉작 '여배우들'로 페이크 다큐를 선보였고 지난해 개봉했던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에서는 감독 없이 영화를 찍는 새로운 시도로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 그가 철저하게 대중적인 영화로 돌아왔다. 소위 말하는 '감동 코드'의 영화다. 강동원, 송혜교 주연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돌아온 이재용 감독은 철저하게 대중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엔 또 하나의 신선함이 담겨 있다. 정말 슬픈 이야기를 밝게 그린, '두근두근 내 인생' 원작의 매력이 그것이다. 보는 이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 진부한 최루성 이야기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란 그의 말도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목구비 뚜렷하고 멀리서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선남선녀 강동원-송혜교를 가난한 부부, 택시기사 일을 하고 공장에 다니며 돈을 버는 부부로 캐스팅 한 것도 신선함 때문이었다. 너무나 뻔한 배우들을 캐스팅 했다면 역시나 그저 그런 영화가 됐을 거이란 감독의 소신은 한결 같았다.

"저에겐 신선함이 가장 중요합니다"라며 자신의 영화적 신념을 전한 그는 신선함을 고집하면서도 교묘하게 대중성과 독특함의 균형을 맞춰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의도한 건 아닌데"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 나온 결과물에 만족하는가.
▲ 원작의 장점, 미덕들이 있어서 이것들을 영화적으로 옮기고 싶었는데 중간에는 모르는 감정들도 있어서 힘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니까 누구나 봐도 좋을, 여러 세대들의 사람들한테 와닿는 좋은 장면들이 꽤 많구나 싶었다. 떳떳하게 권해도 될 만한 영화가 나왔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 슬픈 설정의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유쾌하고 흐뭇하게 보다가 위안을 받고 행복하게 극장을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영화로 만들려고 한 이유가 있다면.
▲ 휴먼다큐에서나 있을 법한 상황에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가족의 이야기인데 그런 설정을 밝고 유쾌하고 의연하게 그려내서 오히려 좀 더 슬프고 감동적이게 다가왔다. 슬픈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그 지점이 나한테 와닿은 것 같다. 충분히 슬프지만 유쾌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이 억지스럽지 않았고 보고 나서도 여운이 남았다.
- 선천성 조로증, 정말 희귀한 병인데 보편적인 공감을 이뤄낼 수 있을까.
▲ 너무 특수한 상황이라 영화적으로 재연할 수 있을까 주저주저했다. 소설은 상상으로 그림을 만들어내지만 이 특수한 상황이 (영화를 통해) 보편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까 주저주저했다. 하지만 아까 말한 원작이 가진 좋은 감성들에 더해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이들의 눈을 믿었다.
 
- 원작 매니아들이 많다. 비교대상이 있어서 부담은 없었나.
▲ 오히려 염두를 많이 두지 않았다. 베스트셀러이고 매니아들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내 생각이 그 원작에 충분히 공감을 했고 그것이 제대로 전달만 된다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다른 색깔의, 다른 목적의 영화를 만들려는게 아니었고 충분히 감정을 전하면서 대중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걸 했으면 하는 내 바람이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 오랜만에 장편상업영화로 돌아온 것 같다.
▲ 전략을 세운건 아니다(웃음). 나는 그때그때 운명처럼 만나는 영화들과 작업을 한다. 이 이야기가 나를 자극하고 영감을 주고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철 없는 행보를 걸어오고 있지만 균형을 나도 모르게 맞추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전략은 아닌데 나는 대중적인 미덕과 내 감독정신이 두드러지는 도전적인 작품,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앞으로 내가 무슨 작품을 만날지 궁금하다.
- 영화가 너무 착하다.
▲ 통속적인 이야기를 답습할거면 흥미가 없었을 것 같다. 최루성으로 아픈 아이를 다룬 투병기였으면 관심이 없었을 것 같다. 밝기 때문에 오히려 더 슬픔이 커지는 영화들은 많지 않았다. 그 지점에서 흥미로웠다.
- 택시기사, 공장 노동자. 강동원-송혜교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간혹 들리는데.
▲ 가난한 부모 이미지를 지닌 배우들이 있는데 강동원과 송혜교는 그에 비해 색다르지 않나. '오, 새로운데. 신선한데', '저런 영화는 본 적이 없다' 등의 평을 들을 때 감독은 뿌듯하다. 슬픈 이야기가 보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려면 동화처럼 아름답게 그려지면 좋겠다 생각한다. 그 이야기가 전달될 수만 있다면 그것도 나쁜 방법이 아니지 않나. 배우들이 스타라는 것도 호감있게 한번 더 들여다보고 귀 기울이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 극 중 아름이의 특수분장이 인상적이었다. 아이가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은데.
▲ 아이에게 첫번째 뿌듯한 점은 분장이다. 그 분장이 대여섯시간이 걸리는데 그걸 35일 정도 한거다. 웬만한 성인배우도 못할 것들을 해낸 것이다. 정말 대단하더라. 물론 촬영이 힘들긴 했다. 어려웠던 점 중 하나가 얼굴에 실리콘을 붙이다보니 표정이 안 나왔다는 것이다. 그거를 찾아내야 됐다.
- 어떤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는가.
▲ 내가 만든 모든 영화들 중에 가장 대중적으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잘됐으면 좋겠다(웃음). 이런 영화 하나쯤 있어도 좋을 영화다 싶다. 이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고 그 이야기가 폭넓게 인생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아 다양한 세대들이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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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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