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평가받는 선발 로테이션을 두 명으로 이끌어갈 수는 없다. 나머지 3~5선발 투수들의 능력에서 팀 성적이 갈리기도 한다. 그리고 SK는 그간 3~5선발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대표적인 팀이었다. 3~5선발진의 남은 시즌 결과는 팀의 4강 싸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5일 현재 49승60패1무(.450)을 기록하며 롯데와 공동 6위를 기록 중인 SK는 마지막까지 4강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4위 LG와는 3.5경기차다. 4위권 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라 여전히 불리한 여건이고 외국인 선수 둘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하는 팀 내 사정도 힘겹다. 하지만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만수 SK 감독도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적이다. 선수들이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열심히 해주고 있다”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타선은 외국인 타자 없이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정과 박정권이 팀 타선을 이끌고 있고 이명기 임훈 한동민 김성현 등의 선수들이 뒤를 받친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골고루 터지고 있다는 점에서 계속된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마운드다. 가뜩이나 좋지 못한 불펜 전력에 부상이라는 구멍이 여기저기 나 있는 SK다. 선발의 힘으로 최대한 버텨야 하지만 그마저도 3~5선발들이 기대에 못 미친다.

원투펀치는 문제가 없다. 리그 유일의 2점대 평균자책점 기록을 가지고 있는 김광현, 그리고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와 8경기 중 7경기에서 팀 승리를 이끈 트래비스 밴와트가 분전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윤희상의 부상, 외국인 선수 두 명(레이예스, 울프)의 이탈로 선발 로테이션이 텅 비었다. 당초 김광현 윤희상 채병룡, 그리고 외국인 선수 두 명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SK 선발진은 사실상 좌초했다.
3선발로 승격된 채병룡 이외에도 문광은 여건욱 고효준 박민호 신윤호까지 선발 등판의 기회를 얻었으나 아직 자신의 자리를 확실히 꿰찬 선수가 없다. 모두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불펜에 과부하가 많이 걸리는 구조가 되고 있다. 가뜩이나 지친 불펜의 힘은 이제 고갈 상태다. 결국 3~5선발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4강은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들어 조금씩 호전의 기미가 보인다. 4선발로 낙점된 문광은은 최근 등판이었던 2일 문학 한화전에서 4⅓이닝 2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다. 5회 흔들리며 교체되기는 했지만 이만수 감독은 “희망적이었다”라고 투구를 총평했다. 여건욱은 지난 8월 31일 KIA전에서 선발 신윤호를 구원해 2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 감독은 “그렇게만 던지면 된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선수는 조웅천 투수코치의 집중적인 조련을 받으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들쑥날쑥한 피칭으로 안타까움을 샀던 좌완 고효준 역시 최근 롱릴리프로 뛰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일 문학 롯데전에서는 3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기복만 줄인다면 선발감으로도 손색이 없다. 몸살을 심하게 앓은 이후 좀처럼 제 컨디션을 찾고 있는 채병룡의 허벅지 부상이 관건이지만 그래도 후반기 초반보다는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과연 SK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프로야구 4강 싸움의 키워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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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룡-고효준-문광은-여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