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른 맹타’ 이명기, 미국의 예언 증명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06 13: 00

“흥미로운 타자다”(조이 코라 인스트럭터) “3할을 칠 수 있는 충분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맥스 베너블 전 타격코치)
이명기(27, SK)의 이름이 세상에 그리 알려지기 전인 2013년 초의 일이다. 이명기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1군에서 고작 14경기에 뛴 ‘2군 선수’에 불과했다. 2011년과 2012년은 공익근무로 군 복무를 해결하느라 아예 출전 기록 자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명의 외국인 지도자는 이명기를 눈여겨보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가능성이 보인다며 장래에 크게 될 선수라며 입을 모았다.
그런 이명기가 ‘미국의 예언’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만수 SK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SK의 핵심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이명기는 최근 맹타를 휘두르며 SK의 차기 리드오프 자격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5일 현재 타율은 3할5푼9리에 이르고 209타수에서 75개의 안타를 쳐냈다. 규정타석에 진입하지 못한 면은 있지만 분명 반짝 활약은 아니다.

발목 부상을 딛고 일어선 성과라 더 값지다. 이명기는 지난해 초반 SK의 불박이 리드오프로 출전하며 첫 40경기에서 타율 3할4푼을 쳤다. 예사롭지 않은 방망이였다. 그러나 지난해 5월 8일 문학 두산전에서 수비 도중 발목을 다쳐 잔여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겨울까지 지리한 재활 과정이 이어졌을 정도로 부상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그러나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한 뒤로는 다시 맹타 행진이다.
1군 무대에 다시 적응하는 시간이었던 4월 한 달 동안 부진했을 뿐 5월 이후로는 월별 타율에서 단 한 번도 3할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완전히 리드오프로 자리매김을 한 후반기 23경기에서는 타율 4할3푼의 맹타다. 수비에서 다소간 아쉬움이 있을 뿐 공격에서는 그 어떤 팀의 리드오프 못지않은 맹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올 시즌 경험은 다음 시즌 활약의 또 다른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SK에 주는 안도감은 크다.
새삼 미국 출신 두 지도자의 평가가 떠오르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지도자 경험이 풍부한 코라 인스트럭터는 이명기를 두고 “흥미로운 타자다. 분명 타격으로 성공할 것이다”라며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1년 동안 타격코치를 맡았던 베너블 코치의 평가는 좀 더 구체적이다. 베너블 코치는 “직구와 변화구에 모두 대처할 수 있는 좋은 스윙 궤적이다. 발이 빨라 내야안타도 만들어낼 수 있다. 3할 타자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라고 호평했다.
5일 문학 롯데전은 상징적이다. 이날 이명기는 5타수 5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떨어지는 변화구, 바깥으로 도망가는 변화구를 가리지 않고 모두 안타를 만들어냈고 빠른 발을 이용한 기습번트로도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는 등 자신의 재질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이만수 감독도 "공을 한 타이밍 늦게 보는 스타일"이라며 정교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재원 김성현 한동민 등과 함께 SK 타선의 세대교체를 이뤄가고 있는 이명기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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