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드라마들이 '오해'에서 출발한다. 인물들의 엇갈림과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매회 에피소드를 만들어간다. 때론 그 과정이 지지부진해 답답함을 자아낸다. 예를 들어 여주인공이 속수무책으로 시종일관 악녀에게 당하기만 할 때, 시청자들은 “왜 말을 못하니”라고 외치며 가슴을 부여잡는다. 그런 위기에 순간 등장해 악인을 응징하고, 통쾌함을 선사하는 인물들을 애청자들은 ‘사이다’라 칭한다. 속이 시원해진단 의미다.
◇ 할 말 다하는 그들
남자주인공 못지않게 멋진 여자주인공이 있다. MBC 주말드라마 '마마'(극본 유윤경 연출 김상협)의 한승희(송윤아)다. 특별한 인연인 한승희와 서지은(문정희)의 우정이 주된 내용으로, 서지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한승희가 등장해 해결해준다. 또한 옳지 못한 한 행동을 한 상대는 반드시 무릎 꿇게 만든다. 스스로에게도 솔직하다. 구지섭(홍종현)에게 화낸 후 다음날 화해는 기본, 지은에게도 먼저 자신이 미혼모임을 털어놓았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 드라마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주인공 보다 더 돋보이는 악녀 연민정(이유리)이다. 거짓말과 협박을 일삼는 연민정을 제압하는 이가 옛 연인 문지상(성혁)이다. 그의 치열한 복수와 연민정의 반격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민정의 연기에 속아 주먹을 휘두르는 남편 이재희(오창석)에게 사전에 준비한 빔 프로젝트로 영상으로 진실을 폭로하는 문지상. 가슴이 뻥 뚫리는 장면이다.
◇ 모든 것엔 이유가 있다
한승희는 시간이 없다. 성공한 민화 작가에 똑 부러지는 성격 등 자신감 넘쳐 보이는 그이지만 실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그가 서지은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 이유는 아들 그루(찬영)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서지은의 남편인 문태주(정준호)가 그루의 친아버지다. 때문에 한승희는 쓸데없는 오해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돌직구’ 발언을 서슴지 않고, 괜한 오해로 끙끙 앓지도 않는다. 이런 비극적 요소가 캐릭터의 풍성함을 더하기도 한다.
‘연민정 헌터’ 문지상은 오래 전 연민정과 미래를 약속했다. 하지만 연민정은 문지상의 화려한 집안에 반해 그와 교제했고, 그의 집안이 몰락하면서 문지상도 문지상의 아이도 버렸다. 그 과정에서 문지상은 부모도 잃었다. 그가 복수의 화신이 된 이유다. 처음엔 생사조차 몰랐던 친딸 비단(김지영) 역시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연민정에겐 독기 어린 강렬한 눈빛을, 비단에겐 애틋한 사랑을 드러내며 다채로운 캐릭터를 완성하고 있다.
◇ 결국엔 '가족'이다
한승희가 바라는 것은 아들의 행복이다. 그가 고군분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그루를 위함이다. 한승희가 애끓는 모정을 보여준다면 문지상은 절절한 부정을 보여준다. 보리(오연서)의 손에 자란 비단은 문지상이 친아버지임을 모르는 상황. 딸을 딸이라 부르지 못하는 문지상은 그저 보리를 아끼는 것으로 부정을 드러낸다. 두 사람의 진심과 진실이 밝혀진 후 한승희와 그루, 문지상과 비단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 전망이다.
물론 ‘인간 사이다’ 한승희와 문지상의 인기는 이들을 연기한 배우 송윤아와 성혁의 공이 크다. 6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지만, 방영 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송윤아다. 그는 캐릭터에 대한 뛰어난 몰입을 보여줬고, 결국 연기로 잡음을 종식시켰다. 2005년 데뷔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성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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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