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왕자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고 여겨지는 소현세자와 가장 비극적인 운명의 주인공 사도세자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모두 왕실의 후사를 이을 세자였음에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끝내 버림을 받고 요절한 비운의 인물들. 그리고 이 비극적인 인물들은 두 훈훈한 배우들의 몸을 입고 부활해 후세에 또 다른 영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진욱은 지난달 시작한 tvN 일요드라마 ‘삼총사’에서 삼총사의 우두머리 격인 소현세자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삼총사’는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의 이야기와 출판된 지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랑스 고전 ‘삼총사’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조선판 삼총사’. 지난해 방송돼 케이블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의 송재정 작가가 집필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이진욱이 맡은 소현세자는 냉철하고 강인한 인물. 우연히 얽히게 된 박달향이 자신의 아내인 강빈(서현진 분)의 첫사랑이라는 것을 알지만, 무과시험을 포기하려던 그를 도와주고 자신의 일을 돕게 하는 등 속내를 알 수 없는 행동들이 매력적인 캐릭터다. 많은 부분이 허구인 드라마지만, 소현세자의 캐릭터만큼은 역사와 야사에 근거해 리얼리티를 살렸다는 전언. 그 때문일까. 이진욱은 '삼총사' 속에서 그 누구보다 존재감을 발휘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그럼에도 또 한편으로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소현세자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전작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에서는 주인공으로 극의 중심을 이끌었던 이진욱이었던 만큼, 송재정 작가-이진욱 콤비의 만남에 기대를 걸었던 시청자들에게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 드라마에서 소현세자의 분량이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는 것.
이에 대해 송 작가는 "소현세자가 초반에 비중이 낮아 보이는 건 소현세자를 ‘나인’의 ‘향’ 같은 존재로 설정했기 때문”이라며 “달향이 우연히 ‘소현세자’라는 ‘향’을 만나게 되면서 달향의 인생은 행운과 불행이 롤러코스터처럼 이어지게 된다. 소현세자가 어떤 사람인지, 달향이 그 겹겹이 층이 많은 실체에 접근해갈수록 드라마를 보시는 묘미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과연 ‘층층이 겹 많은’ 소현세자의 캐릭터가 선 굵은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이 돋보이는 이진욱을 통해 어떻게 완성돼 갈지 흥미를 더한다.
두 번째 비극의 주인공은 이제훈이다. 이제훈은 오는 22일 첫방송되는 SBS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극본 윤선주, 연출 김형식)에서 사도세자로 잘 알려진 세자 이선 역을 맡았다.
‘비밀의 문’은 강력한 왕권을 지향했던 영조와 신분의 귀천이 없는 '공평한 세상'을 주창했던 사도세자의 부자간의 갈등을 다룬 드라마. 영조와 사도세자 갈등의 초점이 왕권과 공평한 세상이라는 정치관에 맞춰진 만큼, 두 부자가 그려낼 뿌리 깊은 갈등과 카리스마 격돌이 예비 시청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 속 순수한 캐릭터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이제훈은 사실 그 전에도 소규모의 다양한 영화에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배우. 특히 그는 인물이 가진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능한 배우로 말과 행동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사도세자의 감정들을 잘 보여줄 것이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영조 역할을 맡은 한석규와는 영화 '파파로티'에서 사제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만큼, 영화에 뒤지지 않는 두 주인공의 연기 호흡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달 24일 전역한 이제훈은 지난 1일 첫 촬영 직후 "오랜만에 현장에 오니 떨리는 마음이 컸지만 이내 편해지고 스태프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며 "사도세자의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촬영해 좋은 작품으로 찾아 뵙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 ‘비밀의 문’ 제작진은 "이제훈은 2년간의 공백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치 않는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역사 속에 무수한 왜곡과 이견이 있는 인물인 이선을 캐릭터 소화능력이 탁월한 이제훈이 어떻게 그려낼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시기 바란다"고 기대감을 당부한 바 있다.
두 잘생기고 연기되는 배우들을 통해 부활한 소현세자와 사도세자가 시청자들에게 얼마만큼의 공감과 설득력을 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그간 비극의 주인공으로만 여겨졌던 두 인물의 색다른 면들을 실감나게 살리는 건 작가를 제외하고는 무엇보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몫. 일요일과 월,화요일 연이어 보게 될 사극 속 두 주인공의 활약이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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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비밀의 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