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 흔하디 흔한 주인공 친구가 아니야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9.07 09: 39

주인공의 친구 역할을 통해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주인공의 친구라는 점 때문에 자주 화면에 얼굴을 비칠 수는 있겠지만 주인공의 옆에서 그를 돕는 기능적인 역할을 할 때가 많은 만큼 별다르게 독특한 인상을 남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관심을 받는 건 주인공을 괴롭히고 위협하는 악녀들이다. 그러나 이런 통념을 피해가는 독특한 인물이 등장했다.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연기자로서 활약하고 있는 ‘국민 욕동생’ 김슬기다.
김슬기는 현재 KBS 2TV ‘연애의 발견’ tvN 목요드라마 ‘잉여공주’에서 각각 주인공 한여름의 친구 솔, 잉여공주 김하니(조보아 분)의 친구 안혜영 역을 맡아 활약 중이다. 솔과 안혜영, 김슬기가 맡은 두 캐릭터는 나이도, 직업도, 성격도 판이하게 다른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특별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연애의 발견’에서 솔은 한여름의 오래된 친구다. 전 남친과 현 남친,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깜찍한 ‘여우짓’을 하는 친구 여름과 달리 솔은 일단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고 보는 순정파다. 그리고 이 순정파에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매정한 현실.

취업준비생인 남자친구를 뒷바라지했건만, 그는 “안 잤으니 우린 연인이 아니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로 관계를 정리해버렸다. 오랜만에 나가는 동창모임, 여전히 좋아하는 맘이 있는 그를 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나갔지만, “입사교육 받을 때부터 사귀었다”고 여자친구를 소개하는 모습에 다시 한 번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전 남자친구의 자취방 앞에 도착해 돌멩이 하나를 집어 창문에 던지며 분풀이를 하는 솔의 모습은 서글펐다.
비록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연애의 발견’ 속 솔의 이야기는 주인공 한여름의 이야기만큼 인상적이다. 남자를 조심하라는 택시 기사에게 “아저씨, 아저씨하고 나만 빼고 세상이 바뀌었다. 자는 놈이 문제가 아니라 안 자는 놈이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됐다”며 한탄하는 솔의 모습은 달라진 연애관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을 대변하며, 연애에 대해 또 다른 고찰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연애의 발견’에서 솔이 조금 엉뚱한 구석이 있긴 해도 전반적으로는 보편적인 30대 여성을 대변하고 있는 캐릭터라면 ‘잉여공주’ 속 안혜영은 백수들이 모인 ‘잉여하우스’에서도 특이한 편에 속하는 기상천외한 인물이다. 일명 ‘먹방BJ’라는 직업을 가진 그는 신기도 조금 있는 듯 미래의 일을 예견하기도 한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 인어에서 인간이 된 하니의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어리바리한 인어공주가 사랑을 이룰 수 있도록 터프하게 그를 이끌며 극에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잉여라는 현실 때문에 조금은 위축돼 있는 잉여하우스 식구들 사이에서 안혜영은 누구보다 씩씩하게 자신의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남자친구와 친구들을 배신한 윤진아(박지수 분) 앞에서도 당당하게 할 말을 다 할 뿐 아니라 그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배짱도 두둑하다. 그리고 이 같은 캐릭터는 김슬기가 갖고 있는 독특한 이미지와 시너지를 내며 드라마를 생기있게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김슬기는 동시에 출연하고 있는 두 드라마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 내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전매특허인 욕(?)이 등장하지 않아 가끔 아쉽다는 반응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욕을 사용하지 않고도 연기자로서의 끼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면이 인상적이다. 주인공의 편에 서 있기에 그저 시청자들의 지지만 받고 끝날 수 있는 주인공 친구 역할을 통해 자신만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연기자 김슬기의 앞날이 더욱 큰 기대감을 자아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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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 '잉여공주'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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