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 새로운 ‘명품 콤비’가 떴다. 둘이 힘을 합치는 날은 좀처럼 패하지 않는다. SK의 새 외국인 투수 트래비스 밴와트(28)와 정상호(32) 배터리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조 레이예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 무대를 밟은 밴와트는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6일 잠실 두산전에서 6⅓이닝 1실점으로 팀의 7-2 승리를 견인, 승리투수가 됨에 따라 올 시즌 9경기에서 7승(1패)을 따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4강이 멀어지는 듯 했던 SK의 확실한 구세주로 떠올랐다. 그런데 여기에는 숨은 공신이 있다. 바로 포수 정상호다.
두 선수는 밴와트의 한국 무대 데뷔전부터 호흡을 맞췄다. 6일까지 밴와트의 등판일에는 모두 정상호가 선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올 시즌 SK 포수진에 이재원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SK 코칭스태프도 밴와트-정상호 배터리에 대한 신뢰가 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근거는 성적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밴와트와 정상호가 호흡을 맞춘 날, SK는 88.9%의 승률을 기록했다. 딱 한 번 졌다.

밴와트의 장점은 다양한 구종이다. 최고 150㎞에 이르는 빠른 공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을 골고루 던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주무기인 커브와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아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피칭을 했지만 몸이 풀린 이후에는 팔색조 투구의 진가를 선보이고 있다. 이런 밴와트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하는 이가 바로 정상호다.
최근 다양한 변화구를 통해 삼진 비율을 늘려갔던 밴와트였다. 실제 밴와트는 8월 한 달 동안 31개의 삼진을 잡아 릭 밴덴헐크(삼성, 32개)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랐다. 하지만 6일 경기에는 정상호가 밴와트의 스타일을 바꿔 놓으며 노련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변화구를 통해 삼진을 노리기 보다는 직구 위주의 빠른 승부로 타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밴와트의 다양한 변화구를 머릿속에 넣고 들어온 두산 타자들은 타이밍 싸움에서 패하며 범타로 물러나곤 했다.
두산 전력 분석에 의하면 이날 밴와트는 총 101개의 투구 중 직구 비중이 60%에 이르렀다. 여전히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던지기는 했지만 평소보다는 직구 비중이 약간 더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패턴을 바꾼 정상호의 선택이 주효한 셈이다. 탈삼진은 2개에 불과했지만 넓디 넓은 잠실에서 밴와트-정상호 배터리의 맞혀 잡는 피칭은 빛을 발했다.
한편 정상호는 타석에서도 밴와트를 확실히 도와주고 있다. 밴와트의 첫 등판일이었던 7월 12일 대구 삼성전에서 쐐기 홈런을 터뜨린 정상호는 8월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2회 결승타를 비롯, 7회 홈런을 터뜨리며 밴와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리고 이날 잠실 두산전에서도 초반 기선을 완전히 제압하는 2회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든든한 도우미 임무를 자처했다. 두 선수의 승승장구가 쭉 이어진다면 SK도 마지막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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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