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타선의 짜임새는 리그 정상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즌 한 때는 주전급 타자 대부분이 3할 이상이거나 그에 육박하는 폭발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두산의 불발탄 야구가 4강으로 가는 길의 발목을 번번이 잡고 있다.
두산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2-7로 졌다. 선발 유희관이 결정적인 홈런 두 방(2회 정상호 만루홈런, 7회 최정 3점 홈런)을 맞고 무너진 영향도 있었으나 타선도 할 말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주중 LG와의 2연전에서 드러났던 문제가 똑같이 나타났다. 송일수 감독은 경기 전 “타자들의 부담감이 전염병처럼 퍼진다”라고 했는데 이날도 백신을 처방하는 데는 실패한 모습이었다.
이날 SK 선발은 한국 무대 데뷔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트래비스 밴와트였다. 애당초 많은 안타로 두들길 확률은 높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회 때 착실하게 점수를 쌓아야 했다. 하지만 두산은 그렇지 못했다. 주자만 나가면 주저앉는 모습으로 경기 내내 답답한 양상을 이어가야 했다. 득점권 상황 타석 9번에서 안타가 나온 것은 딱 한 번이었고 두 차례의 만루 기회에서는 출루조차 안 됐다. 경기가 제대로 풀릴 리 없었다.

3회에는 선두 최재훈이 우전안타로 나갔다. 그러나 김재호의 강한 타구가 3루수 최정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고 재빨리 1루로 던진 최정의 어깨에 1루 주자 최재훈이 횡사했다. 0-4로 뒤진 4회에도 선두 민병헌이 중전안타로 나가며 추격의 희망에 부풀었다. 중심타선으로 연결되는 과정이었기에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정수빈 김현수 칸투는 모두 뜬공으로 물러나며 좋은 기회를 놓쳤다. 밴와트를 흔들 수 있는 기회였지만 오히려 급한 쪽은 두산이었다.
6회에는 2사 후 민병헌 정수빈이 이날 들어 첫 연속안타를 터뜨렸으나 김현수가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0-7로 점수차가 더 벌어진 7회에도 안타 세 개를 치고도 1점에 그쳤다. 칸투가 중전안타로 출루한 상황에서 홍성흔이 우익선상 2루타로 칸투를 불러들인 것이 끝이었다. 이후 1사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시원한 안타는 나오지 않았다. 2경기에서 만루 기회를 네 차례 놓친 주중 LG전의 재연이었다.
두산은 8회에도 2사 만루 기회에서 오재원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마지막 추격의 기회를 잃었다. 9회 무사 2루에서도 득점이 나지 않았다. 설사 이날 지더라도 내일을 위해 끈질기게 따라 붙는 모습이 있어야 했지만 힘 빠진 두산 타선은 그조차도 실패했다. 무기력한 방망이 속에 남은 경기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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