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장보리’, 왜 오연서보다 이유리가 돋보일까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9.07 07: 30

이쯤 되면 ‘왔다 장보리’가 아니라 ‘왔다 연민정’으로 개명해야 할 판이다. 막장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왔다 장보리’ 속 악녀 이유리가 주인공인 오연서를 무색하게 하는 애증의 캐릭터와 소름 돋을 정도로 빼어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유리는 현재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성공을 위해 부모와 딸도 버리고 거짓말을 일삼는 표독스러운 악녀 연민정을 연기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신분이 바뀐 두 여자와 그들의 어머니 이야기를 다루는데, 민정은 모든 갈등의 원흉이다.
종영까지 7회가 남은 ‘왔다 장보리’는 민정이 거듭되는 위기에도 거짓말과 천인공노할 계략으로 탈출을 반복되고 있다. 특히 보리를 끊임 없이 괴롭히면서도 도무지 추락하지 않는 무적 악녀 민정이 시청자들에게 증오와 애정을 동시에 받는 중. 이유리는 그야말로 욕 먹으면서 사랑받는 캐릭터로 데뷔 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유리는 여주인공 보리를 연기하는 오연서보다 더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독한 말을 내뱉는 악역이 원래 주목받기 쉽다고 해도 이유리의 캐릭터 소화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 보통의 배우들이 악한 표정을 지을 때 활용하는 눈과 입꼬리는 물론이고 눈썹과 이마, 볼 등 얼굴의 모든 근육을 활용해 섬뜩하게도 무서운 악녀를 표현하고 있다. 협박과 패악질, 분노와 짜증 등 민정의 발악은 다양한데 이유리는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악한 감정이 끝도 없이 치솟는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전율하게 한다.
웃었다가 확 얼굴을 구기는 단편적인 연기 뿐만 아니라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생기는 민정이라는 인물의 무시무시한 면모는 민정을 최강 악역으로 탄생시키는데 일조했다. 특히 반말인 듯 존댓말인 듯 애매모호한 민정의 말투는 이유리의 탁월한 강약조절로 보기만 해도 두려운 민정이라는 인물을 안방극장에 출시하게 했다. 당분간 민정과 그런 민정을 연기한 이유리보다 독하고 못된 악녀를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현재 민정은 자신이 성공을 위해 가족을 버렸다는 악행이 들통 난 후에도 또 다른 악녀인 화연(금보라 분), 인화(김혜옥 분)의 약점을 잡아 근근이 버티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중이다. 지난 6일 방송된 43회에서도 몰락할 것만 같았던 민정이 또 한번 보리와 그의 가족들을 옥죄일 수 있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더 이상 잃을 것도, 무서울 것도 없는 민정의 발악은 악녀 연기의 경지에 오른 듯 무시무시한 연기력을 뽐내는 이유리 덕에 더욱 살벌하게 표현됐다.
2002년 ‘러빙유’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악역 캐릭터를 입기 시작한 이유리는 2011년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정점을 찍더니,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번 악녀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독히도 착한 캐릭터를 표현할 때는 순하기 그지 없는 얼굴, 이토록 교활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독하기 그지 없는 얼굴을 드러내며 천의 얼굴이라는 배우의 수식어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때문에 분명히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보리 역의 오연서인데, 주인공을 뛰어넘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는 중이다. 벌써부터 성질 급한 네티즌은 이유리에게 연기대상을 안겨야 한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 주인공에게는 쉽사리 연기대상을 허용하지 않았던 MBC가 올해 이유리에게는 어떤 상을 안기며 인기를 보상할지도 높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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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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