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박명수의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또 한번 ‘무한도전’ 캐릭터로 녹아들며 안방극장을 웃겼다. 심지어 자신의 팬에게도 욕설을 내뱉었다는 폭로를 당하며 진땀을 빼기도 했다. 예상대로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개그맨은 아니었기에 오히려 고마웠다. 이 같은 솔직하게 이기적인 성향을 다 드러내는 캐릭터 설정이 개그맨 박명수가 예능인으로 각광받는 이유일 게다.
박명수는 지난 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팬미팅인 형광팬 특집에서 팬들의 반격에 휘청거렸다. 1박 2일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 팬들이 “박명수의 팬을 하기 싫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들을 쏟아냈기 때문. 물론 팬들은 나중에 농담이었다며, 박명수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표현했지만 ‘오랜 팬들도 실제로 박명수를 만나면 마음이 변할 수 있다’는 예능적인 접근방식이 주는 재미는 상당했다. 스스로 거성이라 말하면서도 언제나 다른 멤버들의 폭로에 당황하기 일쑤인 빈구석 가득한 ‘귀여운 허세 개그맨’이 아니던가.
박명수 팬다운 독설 가득한 입담은 박명수가 애써 침착하게 받아들이는 상황극으로 눈물 이별의 적막을 깼다. 뭉클한 이별의 순간마저도 웃음을 형성한 박명수와 그의 팬들의 웃음기 가득한 설정은 형광팬 특집의 재미와 훈훈한 분위기의 여운을 길게 만들었다. 모든 멤버가 아쉬워하고 눈물을 보이며, 모든 팬들이 스타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면 예능적인 즐거움은 없지 않았을까.

박명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러 따뜻한 면모를 연출한다든가, 지독히도 이기적인 성향,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팍팍 드러내며 ‘욕받이’ 캐릭터를 완성했다. 유재석이 따뜻하고 배려 깊은 성격으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면, 박명수는 다소 욕은 먹더라도 유재석과는 다른 극강의 이기주의적인 성향을 과다하게 배출하고 캐릭터로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대놓고 욕을 먹겠다고 각오를 하니 오히려 호감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때문에 방송 9년 동안 안방극장 논란을 일으키거나 도마 위에 오를 일이 많았다. 동시에 그가 만든 다소 못된 캐릭터가 ‘무한도전’의 흥미 요소이기도 했다. 이제는 이 같은 캐릭터 설정이 ‘무한도전’ 팬들에게는 익숙해진 상태. 그가 독하고 무심하게 쏟아내는 말들이 재미를 높인다. 이날 형광팬 특집 마무리 후 제작진은 이 같은 박명수의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는 몰래 카메라를 준비했다. 바로 박명수가 함께 한 팬들을 잊지 않겠다고 말한 약속을 지켰는지를 검증한 것.
예상대로 박명수는 팬들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심지어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한명의 팬을 끝까지 알아보지 못해놓고도 뻔뻔한 캐릭터 설정을 이어가 팬으로부터 “여기 있다. 인간아”라는 설움 가득한 독설을 들어야 했다. 이 장면은 박명수의 난감한 표정과 그동안 ‘쿨하게’ 설정해놓은 캐릭터와 맞물리며 웃음을 유발했다.
따뜻한 인간미는 당장 찾아보기 어려우면 어떠랴. 이 또한 예능 캐릭터라는 것을 시청자들도 알고 있고 즐거워한다. 그래서 이경규, 김구라와 함께 ‘욕먹으면서 웃기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지 않았나. 이날 박명수가 알게 모르게 형광팬 특집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스타와 팬 사이가 만드는 훈훈한 관계와는 다른 신선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서로 물고뜯고, 막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더 정감 있게 다가왔다.
누구나 유재석처럼 인간미가 철철 흐를 수 없을 게다. 누구나 정준하처럼 정이 뚝뚝 떨어질 수 없을 게고, 누구나 노홍철처럼 언제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는 없을 게다. 조금은 얄밉고 조금은 당황스러워도 예능인 박명수 주변에는 웃음 제조 기운이 풍긴다. 조금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뜨악하게 하는 지독히도 무심한 말투여도 개그맨 박명수, 예능인 박명수가 만들어내는 웃음 가득한 캐릭터는 꽤 강한 즐거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두 눈 질끈 감고 욕먹기를 주저하지 않기를. 괜찮아, ‘욕받이’ 박명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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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