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우수 선수(MVP)와 사이영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인 가운데 클레이튼 커쇼(27, LA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부문 만장일치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며 내셔널리그 역사상 13번째 기록을 쓸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6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올 시즌 17승3패 평균자책점 1.70의 압도적인 성적을 쓰고 있는 커쇼는 3관왕을 노리고 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한 달 이상을 쉰 커쇼라 다승과 탈삼진에서 불리하다는 시각이 절대적이었으나 커쇼의 눈부신 호투 행진은 이를 비웃고 있다. 다승에서는 리그 선두로 올라섰고 탈삼진(202개)도 선두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215개)에 13개 차로 따라붙었다. 최근 탈삼진 페이스라면 대역전도 기대할 만하다.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2년 연속 수상이 유력해지고 있다. 당초 내셔널리그에서는 커쇼의 부재를 틈타 조니 쿠에토(신시내티)와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의 양자 구도가 짜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후발주자로 무섭게 추격전을 전개한 커쇼는 앞에서 달리던 두 선수를 모두 추월했다. 여기에 쿠에토와 웨인라이트의 페이스가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점차 처지며 커쇼와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관심을 모으는 것은 만장일치 가능성이다. 사이영상은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들의 투표로 이뤄진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사들의 기자들이 모여 투표를 하는 만큼 표심이 한 곳으로 몰리기는 쉽지 않다. 실제 역대 사이영상 수상자 중 만장일치의 영예를 안은 사례는 아메리칸리그에서 9번, 내셔널리그에서 12번 밖에 없었다. 충분히 만장일치의 자격을 가지고도 ‘이탈표’ 한 둘에 이 기록을 놓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난해 커쇼가 그랬다. 커쇼는 지난해 33경기에서 236이닝을 던지며 16승9패 평균자책점 1.83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기록만 놓고 보면 경쟁자가 없어 만장일치 추대가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투표인단 30명 중 신시내티 지역 언론의 한 기자가 웨인라이트에 1위표를 줘 만장일치가 깨졌다. 올 시즌도 부상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화 이닝이 적은 점은 있어 보수적인 투표 인단이라면 쿠에토나 웨인라이트에게 1위표를 줄 가능성도 적지는 않다.
다만 대세론은 확산되고 있다. 실제 4일 미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모의투표 결과 커쇼는 60명의 투표자에게 모두 1위표를 받았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이 확실시되는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가 52표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커쇼가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커쇼로서도 생애 첫 만장일치 사이영상 추대의 좋은 기회다.
양대 리그를 통틀어 가장 근래 만장일치 수상을 한 선수는 2011년의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였다. 벌랜더는 당시 24승5패 평균자책점 2.40의 환상적인 성적으로 사이영상은 물론 투수들에게 절대적인 불리한 MVP 레이스까지 평정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2010년 로이 할러데이(필라델피아)가 만장일치를 기록한 것이 마지막이다. 할러데이는 당시 21승을 올렸고 평균자책점은 2.4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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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