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잃은 듯하다".
사상 최악의 부상난 속에 메이저리그 최하위로 추락한 텍사스 레인저스가 론 워싱턴(56) 감독의 자진 사임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워싱턴 감독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와 홈경기를 앞두고 개인적인 이유로 자진 사임하며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MLB.com'을 비롯해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워싱턴 감독의 갑작스런 사임 이유를 놓고 일신상 사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 감독은 미디어와 접촉을 피한 채 구단을 통해 사퇴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임 이유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가족과 관련해서 문제가 일어난 것으로 유추되고 있다.

워싱턴 감독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그만큼 내게는 가족도 소중하다"며 "사임 결정은 팀 성적 부진과 무관하다. 이미 2015년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논의 중이었다"고 밝히며 경질이 아닌 사임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2007년부터 8년째 팀을 이끈 워싱턴 감독의 사임은 선수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좌완 투수 데릭 홀랜드는 "아버지를 잃은 듯하다. 나는 워싱턴 감독과 매우 친밀했고, 그라운드 밖에서도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전혀 예상 못한 일로 말도 없었다"고 당혹스러워했다.
간판타자 애드리안 벨트레도 "워싱턴 감독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평소의 모습과 다르거나 슬픔에 빠졌다면 분명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애써 헤아렸다. 하만 "너무 놀랐다. 정말 슬픈 일"이라며 안타까워한 투수 콜비 루이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혼란스러운 반응이었다.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도 "워싱턴 감독이 사임한 이유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코멘트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워싱턴 감독은 내가 처음 텍사스에 입단할 때부터 항상 잘 대해줬다. 그는 위대한 감독이자, 한 사람으로서도 매우 훌륭한 분이었다"고 그동안 배려에 진심 어린 고마움과 경의를 표했다.
존 다니엘스 텍사스 단장은 "아쉽지만 워싱턴 감독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난 8년 동안 텍사스 구단에 많은 공헌을 한 것에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4시즌 연속 90승 시즌 포함 텍사스 프랜차이즈 그 어떤 감독들보다 많은 승리를 했다. 그는 좋은 스승이자 조직의 리더였다"라고 공로를 치켜세웠다.
텍사스는 워싱턴 감독이 사임한 첫 경기에도 5-7로 패하며 7연패 수렁에 빠졌다. 메이저리그 최저 승률로 추락한 팀 성적 만큼 워싱턴 감독 사임에 따른 팀 분위기 수습이 텍사스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아버지를 잃은 듯 허망한 텍사스가 워싱턴 사임 충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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