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한국프로야구의 트렌드를 선도하며 ‘명품 라이벌’ 관계를 이뤘던 SK와 두산이 올 시즌 나란히 ‘추격자’의 입장에서 힘겨운 시즌을 벌이고 있다. 4위 LG 추격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양 팀 사령탑은 막판 대역전의 전제 조건에 대해 같은 생각을 내놨다. 선발 투수의 중요성이다.
두산과 SK는 올 시즌 기대보다 못한 성적을 내며 어려운 시즌 막판을 보내고 있다. 6일 현재 두산은 49승58패1무(.458)로 4위 LG에 2경기 뒤진 5위다. 팀이 가진 전력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다는 시선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시즌 초반 1위까지 내달렸던 SK(50승60패1무)는 그 후 고전하며 공동 6위에 올라있다. 그나마 최근 분위기가 나아졌다는 것이 다행이지만 4위 LG와는 2.5경기 차이가 난다.
4위와는 2~2.5경기 차이다. 산술적으로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그러나 남은 경기수와 최근 팀이 보여주고 있는 힘을 고려하면 추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산은 타선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고 SK는 부상자로 얼룩진 마운드 쪽에 약점이 있다. 잦은 등판에 불펜의 힘이 떨어져 있다는 것은 공통된 고민이다. 그래서 그럴까. 송일수 두산 감독과 이만수 SK 감독은 ‘뒤집기’의 최대 과제로 선발진의 안정을 손꼽았다.

송 감독은 팀이 힘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가장 먼저 선발 투수들의 안정화를 손꼽았다. 송 감독은 “선발 투수들이 5이닝 정도는 확실하게 책임져 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한 때 선발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7월 이후 급격한 페이스 저하를 맛봤다. 그나마 더스틴 니퍼트, 유희관, 유네스키 마야가 최근 힘을 내고 있다는 게 다행인 정도다. 노경은의 부진 속에 4·5선발진은 그다지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만수 감독 또한 “타격은 굴곡이 있다. 어차피 타격은 믿을 것이 못 된다. 7할이 실패 아닌가”라면서 “선발투수들이 안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연승도 할 수 있다. 투수만 괜찮으면 4강에 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SK 또한 선발진에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김광현과 트래비스 밴와트라는 확실한 원투펀치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의 뒤를 받칠 3~5선발 쪽에 아킬레스건이 있다.
실제 두 팀은 올 시즌 선발 야구가 잘 안 되는 팀들이다. 두산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5.83으로 리그 8위, SK는 5.80으로 리그 6위다. 리그 평균(5.34)에 나란히 못 미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4강이 어렵다는 데 양 팀 사령탑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먼저 이 문제를 풀고 LG에 도전하게 될까. 두 팀은 7일 확실한 선발 요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대현(두산)과 여건욱(SK)을 앞세워 또 한 번의 선발 실험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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