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류현진(27, LA 다저스)은 잘 던졌다. 그러나 보조를 맞춰야 할 타선이 답답했다. 야수들은 수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별다른 지원을 해주지 못했다. 류현진은 외롭게 싸워야 했다.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 시즌 25번째 선발 등판을 가져 6⅔이닝 동안 7피안타 1볼넷 9탈삼진 2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다. 시즌 최다 투구수인 114개의 공을 던지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다만 시즌 15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류현진으로서는 2-0으로 앞선 7회가 아쉬웠다. 무사 1루에서 로스에게 좌측 담장까지 날아가는 큼지막한 적시 2루타를 맞아 1점을 내줬다. 사실 넘어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그 후 류현진은 승리투수 요건과 팀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힘을 짜냈다. 2사 3루까지 몰고 가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뒀다. 그러나 대타 폴락에게 던진 94마일 직구가 3·유간을 빼는 적시타로 이어지며 아쉽게 동점을 허용했다. 약간의 실투성 공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성적을 보면 마냥 류현진만 탓하기도 어렵다. 아무리 잘 던져도 점수가 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것이 야구다. 그런 측면에서 다저스의 공격력은 류현진의 7회보다 더 아쉬웠다. 7회까지 단 2점에 그쳤고 그나마 2회 이후에는 상대 마운드에 꽁꽁 묶이며 어려운 경기를 자초했다.
1회 출발은 좋았다. 고든의 안타에 이어 곤살레스가 자신의 시즌 20호 홈런을 우측 담장 바깥으로 날려 보냈다. 류현진에게는 큰 힘이 되는 점수였다. 문제는 그것이 시작이자 마지막이었다는 것이다. 다저스 타선은 1회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채 7회까지 무득점에 그쳤다. 안타 하나를 제대로 뽑아내기 어려운 흐름에서 짜임새가 있을 리 만무했다.
꼭 류현진이 아니더라도 마운드의 선발 투수에게는 부담이 되는 여건이었다. 무기력한 타선을 보며 점수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은 투구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1~2점만 더 냈어도 여유있게 경기를 끌어갈 수 있었지만 최근 힘없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다저스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다저스 타선은 뒤늦게 불이 붙어 8회 3점을 낸 끝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여러모로 야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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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타디움(LA)=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