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m 장거리포’ 김상현, 존재가치 증명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07 17: 32

좀처럼 1군 무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김상현(34, SK)이 오래간만에 2009년 최우수 선수(MVP)의 위용을 과시했다. 폭발적인 장타력으로 SK의 해결사 몫을 할 수 있음을 어필했다.
김상현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선발 6번 좌익수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6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2-3 대승을 이끌었다. 오래간만에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완벽하게 드러낸 한 판이었다.
이만수 SK 감독은 최근 상대 선발이 오른손일 때는 한동민을, 왼손일 때는 김상현을 투입시키고 있다. 이재원의 지명타자 출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이날은 이재원이 선발에서 빠져 김상현에게 오래간만의 선발 출전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김상현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활약을 선보여 코칭스태프에 강력한 인상을 심었다.

2회 첫 타석에서 좌익수 방면 적시 2루타로 이날의 결승점을 기록한 김상현은 3회에도 좌전 적시타를 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5회 볼넷으로 다시 출루에 성공한 김상현은 6회 네 번째 타석에서 특유의 장타를 터뜨렸다. 2사 만루 상황에서 오현택의 슬라이더(123㎞)를 완벽하게 잡아 당겨 비거리 135m의 장거리 만루 홈런을 만들었다. SK 이적 후 첫 만루 홈런이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던 홈런이었다. 두산 수비수들이 전원 정지했을 정도였다. 김상현의 폭발적인 스윙이 오래간만에 1군 무대에서 터져 나왔다. 들쭉날쭉한 출전 기회에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했던 스스로에게도 기분 전환이 됐을 법한 홈런이었다.
김상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출전이 31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SK의 두꺼운 외야 경쟁에서 밀렸다. 1·2군을 오고 갔지만 2군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었지만 1군 등록일수가 모자라 이마저도 내년으로 미뤘다. 자존심이 상할 법한 시즌이었다. 그러나 이날 홈런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에 SK는 현재 김상현의 활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반기까지 절정의 활약을 펼쳤던 이재원이 타격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타 자원들의 분전이 절실한 가운데 김상현은 이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만수 SK 감독은 확대 엔트리 당시 우타 대타 요원을 뽑으려다 김상현의 타격감 상승을 보고 그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밝혔다. 김상현이 시즌 막판 자존심을 살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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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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