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전성기를 맞은 차두리(34, FC 서울)가 4년 전을 기억하며 4년 후를 넌지시 내다봤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8일 오후 8시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서 우루과이와 A매치를 벌인다. 지난 5일 베네수엘라에 선제골을 내준 뒤 3-1 대역전승을 거뒀던 한국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A매치 2연승에 도전한다.
차두리는 우루과이전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고양종합운동장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각오를 다졌다. 차두리는 베네수엘라전서 라이트백으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 역전승에 일조했다.

차두리에게 우루과이전은 남다르다. 4년 전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서 쓰라린 패배를 안았다. 당시 차두리는 풀타임 활약을 펼쳤지만 한국은 1-2로 석패, 사상 첫 원정 16강행에 만족해야 했다.
차두리는 먼저 4년 전을 떠올렸다. "4년 전 우루과이전서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 시간이 흘러 또 태극마크를 달고 우루과이를 다시 상대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우루과이는 개인기와 조직력이 좋은 팀이다. 월드컵처럼 큰 무대는 아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많은 홈팬들 앞에서 뛸 수 있는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차두리는 베네수엘라전서 건재를 과시했다. 대표팀의 우측면을 책임졌다. 전성기 못지 않은 오버래핑과 날 선 크로스, 안정감 있는 수비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차두리가 우루과이의 전력을 높이 사면서도 자신감을 내뿜은 이유다. "우루과이는 베네수엘라와는 또 다른 레벨의 팀이다"라고 경계한 차두리는 "우리가 11명 뿐 아니라 교체 선수들도 투쟁심과 희생정신을 보여주고, 개인보다는 팀을 먼저 위한다면 우루과이도 우리 안방에서는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이후 34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설렘의 기억도 또렷했다. 차두리는 "오랜만의 A매치라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다. 내가 그렇게 긴장할 줄은 몰랐다. 경기 당일 눈을 떠보니 오랜만에 느껴보지 못한 긴장감에 새로웠다"며 실로 오랜만에 A매치를 뛰고 난 뒤의 달뜬 소감을 전했다.
4년 전을 떠올린 차두리는 4년 후를 넌지시 그렸다. "지금 내가 대표팀에 있어도 되는지에 대한 물음은 아직도 고민 중이다. 후배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내가 대표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한다"는 차두리는 "대표팀은 아시안컵이든 월드컵이든 준비를 해야 한다. 나도 생각을 깊이 해보고 주위 사람들의 조언도 새겨듣겠다. 가장 중요한 건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활약이다"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꾸준한 활약이 이어진다면 2015 호주 아시안컵이든 2018 러시아 월드컵이든 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차두리의 올해 나이는 한국 나이로 35살이지만 4년 뒤 월드컵 출전이 꼭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지금처럼 차두리의 시계가 멈추지 않고 거꾸로 잘만 돌아간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차두리는 이날 공식 훈련에서도 대표팀의 우측 풀백을 책임지며 우루과이전 선발 출전을 예고했다. 차두리의 시선이 4년 전에서 4년 후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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