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베네수엘라전에 이어 우루과이전서도 깜짝 카드를 꺼내든다. '이청용 시프트'를 잠시 접어두고 '기성용 시프트'를 가동한다.
한국은 8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서 우루과이와 A매치를 벌인다. 지난 5일 베네수엘라에 선제골을 내준 뒤 3-1 대역전승을 거뒀던 한국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A매치 2연승에 도전한다.
전날 신태용 코치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베네수엘라전과는 다른 깜짝 전술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이어진 공식 훈련을 통해 우루과이전 밑그림이 드러났다. 필승 해법은 기성용을 위시한 변형 스리백이다.

그간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스리백의 중심에 위치한다. 좌우엔 중앙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김주영(FC 서울)이 선다. 좌우 풀백엔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와 차두리(서울)가 자리한다. 이명주(알 아인)와 그의 짝으로 박종우(광저우 부리) 혹은 한국영(카타르 SC)이 중원을 형성하고, 손흥민(레버쿠젠) 이동국(전북 현대) 이청용(볼튼)이 스리톱으로 출격한다.
베네수엘라전과 비교해 선발 출전했던 필드 플레이어 10명 중 단 2명이 바뀌었다. 레프트백 김민우(사간 도스)가 빠지고 좌우 측면을 모두 볼 수 있는 김창수가 들어왔다. 우측 날개 조영철(카타르 SC)을 대신해 박종우 혹은 한국영이 자리한다. 자칫 보면 큰 변화를 감지할 수 없으나 속을 들여다 보면 틀 자체가 크게 변했다. 대표팀은 베네수엘라전서 이청용 시프트를 통해 전후반 4-1-2-3과 4-2-3-1을 번갈아 가동했다. 절반의 성공으로 남았다. 이청용이 중앙에 설 때는 공격 작업에 활기를 띠었지만 수비가 허술했다. 반면 측면에서 뛸 때는 보다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우루과이전은 기성용으로 중심이 이동한다. 스리백의 가운데에 위치해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 등이 버티고 있는 우루과이의 창을 막는다. 우루과이는 지난 5일 일본 원정길에 올라 2-0으로 승리하며 날 선 공격력을 과시했다. 기성용 스리백 카드는 우루과이의 화력을 저지할 신태용 코치의 비기다. 신 코치는 "우루과이와 일본전을 비디오로 분석한 뒤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 공수 밸런스가 좋고 속도도 빠르다. 카바니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공격을 이끌어 우리에게 부담을 줄 것이다. 사실 조금 걱정이 된다"면서 "일본이 수비 실수로 2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조직력이 확연히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비 실수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신 코치는 변형 스리백 카드에 대한 기대감과 걱정을 동시에 전했다. "우루과이전을 보면 '신태용이 저런 걸 생각했어?'라고 느낄 것이다. 선수들이 얼마나 잘 따라오느냐가 관건이다"라고 했다. 신 코치는 기성용을 비롯해 수비력이 좋은 박종우를 이명주의 짝으로 선택했다. 우루과이의 공격을 차단한 뒤 빠른 역습으로 골을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공수 모두 기성용이 중심이다. 빌드업도 기성용의 발끝에서 시작된다. 기성용은 이날 훈련에서 짧은 패스는 물론 장기인 롱패스를 통해 측면의 활로를 열었다. 세트피스도 기성용이 선봉에 선다. 중앙 지역에서 프리킥 찬스가 나면 기성용이 전방으로 긴 크로스를 올려주고, 이동국의 머리를 거쳐 이청용 등이 마무리하는 식이다.
인상적인 건 측면 세트피스다. 단순히 크로스를 올려 머리나 발로 골을 노리지 않고 상대의 허를 찌른다. 대표팀은 이날 측면 세트피스 훈련에서 선수들이 박스 안에서 시선을 끄는 사이 아크 서클 근처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성용이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장면을 반복했다. 기성용은 날카로운 궤적의 슈팅을 골대 구석에 꽂아넣으며 공개 훈련을 찾은 수많은 팬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기성용 스리백 카드가 본격 시험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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