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호 이구동성, “리투아니아전 가장 힘들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9.08 06: 29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
스페인 농구월드컵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5전 전패를 당한 남자농구 대표팀이 7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워낙 처참한 성적을 거둔 탓인지 해단식 분위기 역시 무거웠다고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한 대표팀은 9일 진천선수촌에 다시 모인다.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큰 목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장 바쁜 선수는 이종현(20, 고려대)이었다. 숨을 고르기도 전 그는 7일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앞둔 소속팀 고려대로 복귀했다. 비록 경기에 뛰지는 못했지만 이종현은 동료들과 똑같이 훈련을 소화한 뒤 벤치에 앉아 응원에 열중했다. 그 결과 고려대는 3차전에서 연세대를 90-74로 물리치고 대학농구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경기 후 이종현을 만나 월드컵 소감을 들었다. 이종현은 “월드컵은 굉장히 힘들었다. 첫 두 경기에서 너무 긴장했다. 미스를 하고 너무 소극적으로 변했다. 그게 좀 후회된다. 슬로베니아부터 고치자고 했는데 잘됐다”고 평했다.
이종현은 평균 2.6개의 블록슛으로 예선 1위에 올랐다. 한국선수 중 이만큼 높이를 갖춘 선수가 등장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그만큼 상대 선수들이 한국을 얕잡아보고 대놓고 덤볐다는 뜻이기도 했다.
블록슛 1위에 대해 이종현은 “상대가 우리를 얕잡아봐서 블록슛 기회가 있었던 것”이라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월드컵에서 느끼고 보완할 점에 대해서는 “너무 많다. 큰 선수를 수비하는 요령과 공격이 너무 없었다. 가운데서 공격이 안 나와 우리 팀이 힘들어했다. 더 공격적으로 변해야 할 것 같다”고 반성했다.
가장 힘들었던 팀을 묻자 리투아니아를 꼽았다. 이종현은 “정말 아무 것도 못하겠더라. 다들 너무 크고 잘해서 ‘멘붕’이 왔다”고 털어놨다. 한국은 리투아니아와의 예선 4차전에서 49-79로 대패를 당했다. 후반전 선수들이 의욕을 상실하자 유재학 감독은 "우리를 응원하는 팬들을 생각하라"며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리투아니아는 12명의 평균신장이 무려 202cm에 달하는 장신군단이다. 188cm의 사루나스 바실리아우스카스가 가장 작은 선수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194cm가 넘는다. 2m 이상 선수가 7명, 210cm 이상 장신이 4명이나 되는 장대군단이다. 한국이 리투아니아의 높이를 감당하기는 버거웠다. 특히 가드진은 상대선수들과 20cm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리투아니아는 8일 치러진 16강서 우리와 5번 싸워 3번 이겼던 뉴질랜드를 76-71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210cm 이상 장신이 즐비한 리투아니아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요나스 발렌츄나스(22, 토론토 랩터스, 211cm), 파울리스 얀쿠나스(30, 잘기리스, 205cm)는 기회만 생기면 가볍게 덩크슛을 꽂으며 한국골밑을 유린했다.
대표팀 캡틴 양동근(33, 모비스)도 마찬가지 의견이었다. 양동근은 “그냥 벽에 들이받는 느낌이더라.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고 자책했다. 리투아니아는 194cm 포인트가드 아다스 유스케비셔스(25, 리투보스)의 돌파와 196cm의 슈팅가드 마티나스 포시어스(28, 갈라타사라이)의 3점슛이 줄줄이 터졌다. 한국가드진은 자신보다 10cm 이상 큰 상대선수들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그래도 월드컵에서 소득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강한 예방주사를 맞았으니 아시안게임에서는 높이와 몸싸움에 대한 적응이 전보다 나을 전망이다. 이종현은 “필리핀은 블라치가 못 나와도 강한 팀이다. 작년에 우리가 졌던 수모를 갚아야 한다. 이란은 하다디만 잘 막으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잘 한 번 막아보겠다”며 의미심장한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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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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