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야구의 중독성이 치명적이다. 팀 순위는 아직 최하위이지만 짜릿한 승리의 강도만 놓고보면 그야말로 리그 최고 수준이다.
한화는 지난 7일 대전 LG전에서 5-3 끝내기 역전승으로 웃었다. 6회까지 2-3로 뒤져있었고, 김응룡 감독이 판정에 어필하다 퇴장당하는 악재가 겹쳤다. 하지만 7회 정근우의 동점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뒤 9회 최진행의 극적인 끝내기 투런 홈런이 터지며 역전 드라마를 썼다.
이날 경기는 올 시즌 한화의 6번째 끝내기 승리였다. 올해 리그에서 끝내기 승리가 가장 많은 팀이 바로 한화다. 5차례 끝내기 승리를 거둔 LG를 넘어 이 부문 단독 1위가 됐다. 올 시즌 46승을 기록하고 있는 한화는 절반이 넘는 27승이 역전승이며 그 중 15승이 6회 이후에 뒤집기 쇼를 펼친 것이다.

특히 끝내기가 6번으로 가장 많다는 건 승부처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1년에도 한화는 역대 한 시즌 최다 11번의 끝내기 승리를 따낸 바 있다. 그때 못지 않게 지금의 한화도 팀 분위기가 뜨겁게 타올랐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다. 언제 누가 주인공이 될지 모른다.
올 시즌 한화의 첫 끝내기 승리는 지난 4월19일 대전 LG전으로 고동진이 연장 10회 무사 2루에서 끝내기 우전 안타를 터뜨리며 8-7 승리를 장식했다. 이어 6월24일 대전 롯데전에서 4-5로 뒤져있던 9회 1사 1루에서 김태균이 좌중월 끝내기 투런 홈런을 폭발시키며 6-5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어 나머지 4번의 끝내기 승리는 후반기에 집중됐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7월22일 대전 NC전에서 9회 조인성의 동점 투런 홈런에 이어 연장 10회 정현석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에 힘입어 12-11로 웃었다. 8월6일 청주 삼성전에서도 9회 조인성의 동점 솔로 홈런으로 승부를 연장까지 몰고간 뒤 11회 2사 1루에서 정근우가 중월 투런 홈런을 쏘아올리며 4-2로 역전승했다. 당시 합의판정 번복 직후 끝내기라 더욱 더 짜릿했다.
이어 8월29일 대전 넥센전에서도 8회 김경언의 극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온 뒤 9회 정범모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10-9 역전극을 완성했다. 그리고 7일 대전 LG전에서 최진행의 장쾌한 끝내기 투런 홈런이 터지며 끝내기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하나 같이 뒤지던 경기를 일순간 몰아쳐서 뒤집은 끝내기 승리라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7일 LG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최진행은 "지금 팀 분위기가 좋다. 1~2점 지고 있어도 끝까지 해보자는 분위기가 잘 돼 있다"며 "형들이 앞장서서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의지와 집중력이 생겼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기를 잊은 한화는 헤어날 수 없는 중독성을 자랑한다. 한화 야구는 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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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