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오지환 수비, 인필드 판정 안 된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9.08 06: 30

LG 오지환의 수비는 왜 인필드 플라이로 선언되지 않았을까.
지난 7일 대전 LG-한화전에서 논란의 장면이 나왔다. 6회말 1사 1·2루 한화 공격. 김태완이 내야 밖으로 살짝 벗어나는 높게 뜬 타구를 날렸다. 이에 LG 유격수 오지환이 일부러 공을 잡지 않으며 땅에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떨어진 공을 잡은 오지환은 2루로 송구하며 1루 주자 김태균을 포스아웃시킨 뒤 2루 주자 송광민도 3루수 손주인에 의해 태그아웃됐다.
▲ 김응룡 감독, "왜 인필드 플라이가 아닌가"

사실 처음에는 3루로 향하다 2루로 귀루한 송광민의 아웃·세이프 여부를 놓고 문제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2루심 이기중 심판원의 최초 판정은 세이프. 이에 LG 양상문 감독이 달려나와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심판진은 오후 3시43분부터 52분까지 무려 9분 동안 비디오 판독을 통해 최종 판정 아웃으로 번복됐다.
그러자 한화 김응룡 감독이 나와 어필하다 구심을 맡은 최수원 심판원으로부터 퇴장당했다. 김응룡 감독은 "합의판정에 대한 어필이 아니라 왜 인필드 플라이가 안 되는지에 대한 어필이었다"고 해명했다. 김응룡 감독은 "오지환이 일부러 공을 잡지 않았기 때문에 주자들이 플레이하는 데 방해를 받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야구규칙 2.40 인필드 플라이 규정을 보면 '무사 또는 1사에 주자 1·2루 또는 만루일 때 타자가 친 것이 플라이볼(직선타구 또는 번트한 것이 떠올라 플라이볼이 되는 것은 제외)이 되어 내야수가 평범한 수비로 포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심판원은 타구가 명백히 인필드 플라이라고 판단했을 경우는 주자를 보호하기 위해 곧바로 인필드 플라이를 선고해야 한다'고 설명돼 있다. 이 경우 타자는 자동 아웃되며 주자들은 움직일 필요가 없다.
김 감독이 지적한 것은 룰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지환이 이미 포구 위치를 정해놓았고, 주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한화 주자들은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인필드 플라이 규정의 [원주]를 보면 '플라이볼을 외야수가 처리하더라도 내야수가 그것을 쉽게 포구할 수 있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면 인필드 플레이를 선고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 심판진, "오지환이 영리하게 플레이한 것"
그렇다면 심판진은 왜 오지환의 수비에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지 않았을까. 이날 경기를 뛴 A심판원은 "공이 외야로 향했다. 가장 기본적인 타구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오지환은 내야를 벗어나 외야 잔디로 향했다. 김태완의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 외야에 떨어졌기 때문에 인필드 플라이로 보지 않았다. 즉 '내야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 4심 중 어느 누구도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지 않았다.
이어 A심판원은 오지환이 일부러 공을 잡지 않아 '고의낙구'가 아니냐는 물음에 "고의낙구와 인필드 플라이는 다르다. 고의낙구는 공이 글러브에 맞아야 하는 것인데 오지환은 전혀 닿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지환은 타구가 높게 뜬 사이 외야 잔디 쪽으로 이동해 공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글러브에 넣었다가 떨어뜨린 것이 아니기에 고의낙구도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심판진은 "오지환이 영리하게 머리를 써서 플레이한 것으로 봐야 한다. 타구가 내야 밖으로 벗어나고 있었고, 오지환도 미리 뒤로 물러서 외야 잔디에 있었기 때문이다"고 해석했다. 야구규칙을 적절하게 이용해 더블아웃을 이끌어낸 것으로 받아들였다. 심판진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인필드 플라이 [원주]는 '심판원은 인필드 플라이 규칙을 적용할 때 내야수가 보통의 수비로 처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잔디선이나 베이스라인 따위를 임의로 경계선으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있다. 이 규칙대로라면 오지환은 보통의 수비로 처리할 수 있을 만큼 포구 위치를 잡은 상태로 외야 잔디를 경계선으로 삼을 수 없었다.
▲ 김응룡 감독은 왜 퇴장을 당했나
그렇다면 심판진은 왜 김응룡 감독에게 퇴장 조치를 내린 것일까. 맨 처음에는 김 감독이 합의판정에 따른 번복에 불복한 것이 이유처럼 보였다. 후반기부터 합의판정 실시 후 최종 결과에 따지거나 항의하는 감독과 구단 관계자는 퇴장을 명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의 퇴장 사유는 합의판정에 대한 항의가 아닌 욕설 때문이었다.
김응룡 감독은 인필드 플라이와 관련 어필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와 구심을 맡은 최수원 심판원에게 "X 같은 XX들아"라는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최수원 심판원은 주저하지 않고 퇴장을 명했다. 심판진에 따르면 김 감독은 설명을 요구한 뒤 곧바로 욕을 했다고 한다. 심판원에게 욕설을 하면 무조건 퇴장. 이유야 어찌 됐든 김 감독이 욕설을 한 것은 명백한 퇴장 사유다.
김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김 감독은 "어필하다 안 좋은 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퇴장 조치를 받은 뒤 순순히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김 감독은 왜 어필을 하다 욕설까지 하게 됐을까. 이에 김 감독은 "심판이 이상한 해명을 했다"고 답답해 했다. '바람이 불어 인필드 플라이가 아니다'라는 해명 때문에 김 감독도 순간적으로 끓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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