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노림수? 퇴장당하는 날 한화는 필승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9.08 06: 32

"그게 다 작전 아냐?".
한화 김응룡(73) 감독이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김응룡 감독이 퇴장당하는 날, 한화는 무조건 이긴다. 물론 표본이 2경기로 적지만 이 경기를 모두 짜릿하게 승리했다는 점에서 예삿일로 볼 것이 아니다. 김응룡 감독은 "그게 다 작전 아냐?"라며 속내를 살짝 드러냈다.
▲ 김응룡 감독이 퇴장당하면 무조건 이긴다?

김응룡 감독은 지난 7일 대전 LG전에서 6회말 김태완의 내야를 살짝 벗어난 타구에 LG 유격수 오지환이 일부러 잡지 않으며 더블아웃으로 연결시킨 것에 어필하다 퇴장당했다. 인필드 플라이 선언이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어필하다 그만 심판에게 욕설을 뱉고 말았다.
한화로서는 분명 위기였다. 2-3으로 뒤진 6회 1사 1·2루 찬스가 순식간에 더블아웃으로 이닝이 끝나며 흐름이 끊기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이닝이었던 7회 정근우의 좌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뒤 9회 최진행의 끝내기 투런 홈런이 터지며 5-3 역전 드라마를 썼다.
이날 경기 뿐만이 아니다. 김 감독이 시즌 첫 퇴장을 당한 지난 5월21일 목동 넥센전도 그랬다. 당시 경기에서도 김 감독은 6회 페어·파울 타구를 놓고 강력하게 어필하다 퇴장당했는데 한화는 4-4 동점으로 맞선 9회 정범모의 결승 솔로 홈런과 김태균의 쐐기 만루 홈런으로 9-7 승리를 가져갔다.
2경기 모두 접전 상황에서 나온 결정적인 판정으로 팀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그때마다 김 감독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강력하게 어필하다 퇴장 조치를 받았다. 감독의 부재 속에서도 선수들은 더욱 집중해서 보란 듯 이겼다. 일종의 감독 퇴장 효과로 볼 수 있는 것일까.
▲ 감독 퇴장과 승패 상관관계, 김응룡의 특별함
한 선수는 "그동안 우리가 판정에서 불이익을 많이 받는 기분이 들었다. 감독님 퇴장도 그렇고, 선수들끼리 더 악착같이 이겨보자는 분위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던 김 감독의 퇴장이 선수들에게 승부근성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감독의 퇴장과 승패의 상관관계는 어떠할까. 프로야구에서 감독 퇴장은 포스트시즌 한 차례 포함 총 24차례 있었다. 그런데 감독이 퇴장당한 팀이 경기에서 승리한 건 7번 뿐이다. 나머지 17경기는 모두 졌다. 감독 퇴장시 성적은 7승17패로 승률은 2할9푼2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수장을 잃고 흔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 만큼은 역시 예외다. 해태 시절 5차례 퇴장을 당한 김 감독의 퇴장시 팀 성적은 2승3패. 한화에서 2승을 포함하면 퇴장당한 7경기에서 4승3패로 5할 승률을 넘는다. 감독 퇴장시 7승 중 4승이 바로 김 감독의 팀이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의도적 퇴장을 통해 선수단에 각성 효과를 준 것이다.
이번 퇴장으로 김 감독은 독보적인 기록을 이어갔다. 개인 통산 7번째 감독 퇴장으로 2위 김성근(4회) 감독과 격차를 더 벌린 것이다. 특히 한 시즌에만 두 번이나 퇴장당한 사령탑은 김 감독이 처음이다. 김 감독은 "추석에 퇴장당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죄인 아닌가"라며 "퇴장 얘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창피한 일이다"고 손사래쳤다. 하지만 퇴장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노림수, 김 감독은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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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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