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응룡(73) 감독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김태균(32)과 하이파이브를 그냥 넘어간 것이다.
김태균은 지난 6~7일 대전 LG전에서 이틀 사이 3연타석 홈런을 폭발시켰다. 6일 LG전 8회 마지막 타석을 시작으로 7일 LG전에서도 2회와 4회 연속 홈런포를 작렬시켰다. 지난 2001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연타석 홈런을 폭발시키며 개수를 16개로 늘렸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15호 홈런이다. 김태균이 15홈런을 치는 날 김응룡 감독이 하이파이브를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김태균이 15호 홈런을 때린 뒤에도 김 감독은 감독석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당연히 하이파이브도 없었다.

사연은 올초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언론사에서 선수들이 김 감독에게 질문을 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김태균이 30홈런을 치면 하이파이브를 해줄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김 감독이 오케이하며 하이파이브 약속이 이뤄졌다.
그러나 시즌 후 김태균이 한동안 홈런 가뭄에 시달리자 김 감독은 5월말에 '15개를 치면 하이파이브를 하겠다'고 하향조정했다. 김 감독은 "예전에도 하이파이브를 몇 번 한 적이 있다"면서도 "워낙 해본지 오래 돼 쑥스럽기도 하다"고도 말했다.
김 감독은 삼성 사령탑 시절이었던 2003년 이승엽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56호 홈런 신기록을 터뜨리자 하이파이브로 축하하기 위해 덕아웃으로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이 나올 줄 전혀 몰랐던 이승엽이 이를 못보고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김 감독이 민망했던 해프닝도 있었다.
선수들과 개인적인 접촉을 꺼려하는 김 감독답게 결국 김태균의 15호 홈런에도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에이, 그거 뭐 그리 중요하다고 자꾸 물어보나. 원래 30개를 치면 하기로 한 것"이라고 발뺌했다. 굳이 약속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김태균이라면 더 많은 홈런을 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태균은 9월 5경기에서만 홈런 4개를 폭발시키며 거포 본능을 회복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와 함께 팀 내 최다홈런. 홈런왕을 차지한 지난 2008년 31개 이후 6년만의 20홈런 이상 기록도 기대케 한다. 김태균의 홈런포 폭발과 함께 한화의 기세도 한껏 불타오르고 있다. 하이파이브는 하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김태균 중심으로 타선이 살아났다"며 흐뭇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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