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후 모든 짐을 자기가 짊어지고 뛰려는 것 같더라."
울리 슈틸리케(60, 독일) 신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우루과이전이 끝난 후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 때 슈틸리케 감독은 한 선수의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대표팀의 신임 사령탑과 독일어로 대화를 나눈 선수는 '손세이셔널' 손흥민(22, 레버쿠젠)이었다.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끝난 우루과이와 A매치 평가전, 경기 후 두 사람은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공식 기자회견에 신태용 코치와 함께 나타난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과 나눈 이야기에 대해 묻자 "손흥민은 독일어를 할 수 있으니 말을 걸기가 쉬웠다"며 웃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손흥민은 슈틸리케 감독의 입장에서 보자면 후배인 셈이고,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으니 말을 걸기 편한 상대인 것만은 분명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취임이 결정된 후 자신이 알고 있는 한국 선수로 꾸준히 손흥민을 꼽았던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이후 모든 짐을 자기가 짊어지고 뛰려는 것 같더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22세에 불과한 어린 선수다. 오늘 잘 뛰었다고 이야기해줬고, 이 리듬을 독일에서 이어가라고 했다"고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전했다.
후배에 대한 격려이자, 앞으로 자신이 만들어가야할 팀의 주축 선수에게 건넨 슈틸리케의 말이 손흥민의 내면에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감독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이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손흥민은, 슈틸리케 감독의 한 마디로 기분 좋게 독일로 돌아가 '리듬'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편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 "감독은 신태용이고 전술을 모르고 선수들에게 무엇을 요청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경기 소감에 대해서는 감독에게 묻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한 발 물러선 후 "관중 입장에서 오늘 패배는 정말 아쉽다. 비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골대를 맞추거나 페널티킥 판정 번복 등 불운했다. 그러나 우루과이같은 큰 팀과 경기해서 졌고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칭찬의 말을 전했다.
"한 경기 졌다고 팀이 죽은 것 아니다. 한국은 8번이나 월드컵에 참가한 팀이고 살아있는 팀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약을 처방하는 것인데 어떤 약이 필요한지 아직 모른다.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달라고 강조한 슈틸리케 감독은 "이 팀은 아직 젊고 미래가 있기 때문에 지켜봐줬으면 한다"는 말로 한국에서의 첫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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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