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스완지 시티)의 스리백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마치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에선 중앙 수비수로 활약하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를 연상케 했다. '1000억 원의 사나이'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도 기성용 앞에선 평범한 공격수에 불과했다.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57위)은 8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서 열린 우루과이와 A매치서 0-1로 아쉽게 패했다. 지난 5일 베네수엘라에 선제골을 내준 뒤 3-1 대역전승을 거뒀던 한국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분전했으나 후반 25분 호세 히메네스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패하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역대 7전 1무 6패로 열세를 이어가게 됐다.
이날 한국의 전술 핵심은 기성용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그는 스리백의 중심으로 변신해 활약했다. 발이 빠르고 개인기가 좋은 우루과이의 공격진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신태용 코치의 복안이었다.

신 코치의 스리백 카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기성용은 수비면 수비, 빌드업이면 빌드업, 공격이면 공격 못하는 것이 없었다. 기성용의 발에서 시작돼 기성용의 발에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바니 원천 봉쇄는 그 중 가장 빛나는 부분이었다.
기성용은 김영권 김주영과 함께 스리백을 형성해 우루과이의 공격진을 막아섰다. 전반 7분 빠른 판단이 빛났다. 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가 왼쪽 측면을 허문 뒤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올렸지만 기성용이 정확한 타이밍의 태클로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전반 31분엔 카바니가 아크 서클 근처에서 돌아서자 지체없는 반칙으로 흐름을 끊었다. 전반 42분엔 카바니에게 연결되는 침투 패스를 정확히 예측했다. 이후 몸싸움서도 밀리지 않으며 한국에 볼소유권을 가져왔다. 카바니는 결국 후반 11분 쓸쓸히 그라운드를 빠져나와야 했다.
기성용의 활약은 비단 수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후반 중반엔 정확한 롱패스로 손흥민에게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제공하며 '역시 기성용'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했다. 옥에 티도 있었다. 후방에서 볼을 끌다 뺏겨 상대에게 프리킥을 내줬다. 한국은 이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세트피스 실점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은 지난 베네수엘라전서 이청용 시프트 카드를 꺼내들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공격 작업에선 합격점을 받았지만 수비에선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며 보완점을 남겼다.
기성용 시프트는 달랐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전술로 떠올랐다. 세트피스 실점이 옥에 티였지만 일본을 상대로 2골을 넣고, 카바니 등이 버틴 세계 정상급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한국이 향후 강팀을 상대할 때 만지작 거려볼만한 카드였다.
기성용의 활약을 본 팬들은 “기성용, 수비도 잘해”, “기성용 대박이다”, “기성용 밖에 안 보였어”, “기성용, 모든 포지션 잘하네”, “기성용 축구는 진짜 잘해” 등의 반응을 보였다.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