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변형 스리백, '새 옵션' 정착에 필요한 두 가지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9.09 06: 25

기성용(25, 스완지 시티)의 변형 스리백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대표팀의 새로운 옵션으로도 충분한 가능성을 엿봤다. 하지만 분명한 보완점도 남겼다.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57위)은 지난 8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서 열린 우루과이(6위)와 A매치서 0-1로 석패했다. 지난 5일 베네수엘라에 선제골을 내준 뒤 3-1 대역전승을 거뒀던 한국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맞아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후반 25분 호세 히메네스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우루과이 역대 7전 1무 6패로 절대 열세를 이어가게 됐다.
이날 화두는 기성용 스리백 카드였다. 발이 빠르고 개인기가 좋은 우루과이의 공격진을 맞아 꺼내든 신태용 코치의 복안이었다. 성공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의미가 있는 실험이었다. 향후 강팀을 상대할 때 유용한 전술로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기성용은 후반 중반까지 세계적인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가 이끄는 우루과이의 앞선을 철저히 틀어막았다. 양 옆의 김영권 김주영과 함께 철통 같은 수비를 선보였다. 비단 수비뿐만이 아니었다. 기성용의 발끝에서 빌드업이 시작됐다. 짧은 패스는 물론 정확한 롱패스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0-1로 뒤지던 후반 막판엔 공격에 가담, 크로스바를 때리는 헤딩 슈팅으로 우루과이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공수에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기성용의 스리백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이날 경기를 관전한 울리 슈틸리케(60, 독일) 신임 대표팀 사령탑은 "기성용은 정말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고 경기 막바지에는 센터포워드로 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며 칭찬했다.
주장 이청용도 거들었다.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선수다.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다. 기성용 스리백 카드가 또 다른 옵션이 될 수 있다면 대표팀엔 좋은 일이다"라며 반겼다.
기성용도 "어떤 자리에 서든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역할을 잘 알고 있다. 옆에 있는 동료들이 컨트롤을 잘해준 덕분에 편안했다"면서 "내가 수비수로 뛰었을 때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에서 다른 선수들과 차별성이 있다. 좋은 옵션이 된다면 대표팀에 보탬이 될 것이다"라고 의미를 전했다.
그러나 분명한 숙제도 안았다. 이날 가장 눈부신 이는 기성용이었지만 결승골의 빌미를 제공한 이도 기성용이었다. 후반 중반 수비 지역에서 볼을 끌다 빼앗겼고, 위험 지역에서 반칙을 범해 프리킥을 내줬다. 결국 한국은 이 세트피스 장면에서 결승골을 허용했다. 프리킥을 제공한 기성용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기성용은 본업이 중앙 미드필더다. 볼을 키핑하고, 패스를 뿌려주는 역할이 주임무다. 수비수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스완지 시절 한 차례 중앙 수비수를 본 적은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생소한 임무였다. 앞으로도 후방에서 이러한 위험 장면을 초래할 수 있다. 기성용 본인이 이를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미드필더로 뛰다 수비수로 바뀌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9번을 막아도 1번 실수로 골을 먹고 지는 게 축구다. 기성용 스리백 카드가 확실한 전술적 옵션으로 거듭나려면 안정감이 최우선이다.
또 한 가지는 기성용이 없는 중원의 허전함이다. 이날 기성용이라는 컨트롤 타워를 잃은 대표팀은 길을 잃고 헤맸다. 볼을 줄곳을 쉽게 찾지 못했다. 이명주와 박종우는 2% 부족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기성용이 공격 작업 시 볼을 뿌려줬지만 수비수라는 포지션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기성용이 뒷마당으로 내려갈 경우 그를 대신해 전방으로 침투 패스를 넣어줄 이가 필요하다.
기성용 스리백 카드가 새로운 전술적 옵션으로 거듭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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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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