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으며 험한 길 헤쳐서 지금 나 여기 있네.'
엘레지의 여왕, 가수 이미자의 외출은 화려하고 유쾌했다. 데뷔 55주년의 이미자는 국민 가수라는 타이틀이 정말 잘 어울렸고, 재치와 유쾌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미자는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SBS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재치 있는 입담을 뽐냈다. 항간에 떠도는 서커스단 출신, 다방 출입, 신분 위조, 청와대 출입 루머 등에 대해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면서 그녀의 가수 인생 55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디너쇼 콘셉트로 꾸며진 만큼 명곡들을 다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무대도 마련돼 재미를 더했다.

아름다운 노래로 오프닝을 장식한 이미자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전문 MC들을 능가하는 웃음을 줬다. 이미자는 시작부터 의상에 대해 언급하는 이경규에게 "(MC들이)너무 발랄해서 내가 더 처질까봐"라고 설명하는 등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결코 큰 목소리거나 흥분한 기색도 전혀 없이 이경규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이날 이미자는 MC들이 질문하는 루머에 대해 솔직하게 밝혔다. 차분하게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진실과 거짓을 나눴다. 그러면서 "2등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2등한 사람의 마음은 모른다"라고 말하는 사실에 의거한 자기 자랑이 이어져 MC들로부터 "자기 자랑을 조곤조곤하게 참 잘한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미자는 조용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면서도 칭찬에는 또 부끄러워하는 등 여전히 소녀 같은 모습도 보여줬다. MC들과 토크 '밀당'을 할 줄 알았고, 이경규의 실수를 거침없이 지적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후배 가수들에게는 "노랫말을 정확하게 불러야 한다"고 무서운 선배다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여러 명곡들을 부른 디너쇼 무대도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우아하고 애절하고, 또 아름다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소녀 같이 사랑스럽고 여왕처럼 우아한 모습으로 토크를 할 때와는 또 다른 국민 가수다운 무대였다.
이미자의 '힐링캠프'는 유쾌 그 자체였다. 수줍고 솔직했으며, 당당하고 카리스마도 있었다. 그야말로 여왕님다운 토크 타임이었다.
seon@osen.co.kr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