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서 더 빛난 한국 축구의 '가능성'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9.09 06: 31

4년 전의 설욕은 없었다. 역대 상대 전적 7전 1무 6패의 절대적 열세도 이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6위라는 타이틀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런 상대였기에, 한국 축구의 가능성은 더 빛났다.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57위)은 8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서 열린 우루과이(FIFA랭킹 6위)와 A매치서 0-1로 아쉽게 패했다. 지난 5일 베네수엘라에 선제골을 내준 뒤 3-1 대역전승을 거뒀던 한국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분전했으나 후반 25분 호세 히메네스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으나 내용면에서는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는 손흥민의 말처럼, 0-1 패배라는 결과보다 더 알찬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특히 2014 브라질월드컵의 부진으로 인해 한국 축구 위기론까지 등장했던 지난 7월을 생각하면, 2개월 만에 다시 모인 대표팀은 그 때와 완연히 다른 모습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외국인 감독으로 가닥을 잡은 후 유력 후보였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협상 결렬로 인해 감독 대행 체제로 치르게 된 이번 A매치 2연전은 벼랑 위의 등불 같았던 한국 축구의 희망가 그 자체였다. 브라질월드컵 부진으로 국민적인 질타에 휩싸인 한국 축구는 부천-고양에서 치러진 이번 평가전에서 연달아 만석을 기록했고, 1승 1패보다 더 값진 투지 넘치는 경기 내용으로 잃어버린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의리 논란을 배제한 라인업과 실험적인 전술, 이동국-손흥민으로 이어지는 신구 선수들의 조화, 무엇보다 끈질기게 따라붙고 필사적으로 상대 골문을 두들기는, 시원하고 투지 넘치는 축구의 부활. 2개월 만에 180도 다른 활기를 찾은 대표팀은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도 유감없이 제 실력을 발휘했다. 손흥민이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라고 아쉬움을 담아 곱씹은 이유다.
물론 우루과이는 강했다. 간결한 패스워크와 스트라이커 이동국에게 가는 공을 끊어내며 중원을 압박하는 선수들의 플레이, 에딘손 카바니, 아벨 에르난데스 투톱과 막시 페레이라, 디에고 고딘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개인기까지 조화를 이룬 우루과이는 루이스 수아레스 없이도 자신들이 왜 FIFA랭킹 6위의 강팀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결과는 절대적이다. 득점한 팀은 승리를, 득점하지 못한 팀은 패배를 가져가게 되어있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는 강팀과 맞서싸우면서도 결코 밀리지 않고 끈질기게 골을 향해 달려드는 대표팀의 모습은, 그 상대가 우루과이였기에 더욱 빛을 발했다.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지레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살려 끝까지 상대를 괴롭히는 끈질기고 억척스러운 축구,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보고 싶어하던 한국 축구 특유의 옹골찬 미학이었을지도 모른다.
손흥민과 기성용이라는 세련된 에이스들까지 더해진 한국 축구는 더 강한 팀을 상대로 한 때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빛냈다. 울리 슈틸리케(60, 독일) 감독 체제에서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한국이 보여준 이 가능성은, 앞으로의 계획에 있어 가장 빛나는 자산이 될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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