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불안한 4위에 머물러있다. 롯데·두산과 시리즈서 선전하며 4위 확정 도장을 찍을 듯했으나, 한화에 2연패로 덜미를 잡혔다. 마운드의 힘으로 4위까지 올라갔지만, 타선이 좀처럼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중이다. 역사에 남을 타고투저 시즌. LG는 마운드와 타석 모두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상황이다.
LG가 좋은 성적을 거둔 시즌을 돌아보면, 대부분 높은 마운드가 있었다.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1990시즌 팀 평균자책점 3.38로 이 부문 리그 2위였고,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한 1994시즌에는 팀 평균자책점 3.14로 리그 1위였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익숙했던 90년대 LG는 팀 평균자책점 부문 상위권에 자리하곤 했다.
하지만 2003시즌부터 마운드가 흔들렸고, 10년 동안 가을잔치를 구경만 했다. 2003시즌 팀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한 이후 2012시즌까지 3점대 평균자책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3.72로 19년 만에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 마침내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올 시즌 최하위에서 4위까지 올라온 원동력도 마운드에 있다. LG는 8일까지 팀 평균자책점 4.63으로 리그 3위에 자리 중이다. 숫자만 보면 높지만, 전체 평균자책점이 5.29인 것을 감안하면 LG 마운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하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이 4.18로 리그 1위, 후반기에는 3.11로 압도적이다.
이렇게 마운드는 타고투저의 거센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반면, 타선은 타고투저와 무관하다. 팀 타율 2할7푼7리, 팀 OPS .758로 두 부문에서 최하위다. 후반기 팀 타율 2할6푼4리 팀 OPS .741로 타선 침묵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대비 팀 타율과 팀 OPS가 모두 하락한 팀은 LG가 유일하다. 양상문 감독이 부임하면서 김무관 2군 감독이 타격 코치로 복귀, 득점권 타율이 상승했고 병살타가 줄어들었으나, 그 이상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등 주축선수들은 지난해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타고투저 파도를 타고 있다. 새로운 4번 타자 이병규(7번)와 손주인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드는 중이다. 그런데 이들 외에 대부분은 지난해보다 못하다. 리그 전체에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만 33명에 달하는데 이중 LG 타자는 4명(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이병규(7번))밖에 없다.
베테랑 타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던 LG의 고질병이 재발했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인타자 영입으로 장타력을 끌어올리려 했던 계획은 조쉬벨과 스나이더 카드 모두 ‘꽝“이 되면서 실패했다. 스나이더의 경우, 부상 복귀 후 반전 여지는 있다. 그러나 골반 부상 재발로 복귀날짜가 잡히지 않고 있다. 양상문 감독이 희망했던 후반기 대반전 카드와는 거리가 있다. 지난 두 경기서 이진영이 목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는데, 이진영의 공백을 누구도 메우지 못했다. 이병규(7번)와 손주인이 분전하고 있으나, 둘 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난해 정의윤 김용의 문선재처럼 한 두 달이라도 폭발하는 타자가 절실하다.
가장 큰 문제는 타선 침묵이 투수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선이 원활하게 점수를 내지 못하니, 그만큼 투수들은 실점을 두려워한다. 보다 정교한 코너워크를 하려다 몸에 맞는 볼을 내주거나 볼넷을 범한다. 실제로 LG 마운드는 지난주 경기당 볼넷 4.86개를 허용, 시즌 평균인 3.34개보다 1개 이상을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꾸준히 8회를 지웠던 셋업맨 이동현이 지난 7일 경기서 수비 중 부상을 당해 곧바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다행히 8일 말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큰 부상은 아닌 듯하다. 만일 이동현의 부상이 심각했다면 LG 마운드는 비상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타선을 정비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LG는 9일부터 광주서 KIA와 2연전을 치르고 이틀 휴식을 취한다. 오는 13일과 14일 잠실 삼성전을 마무리하면 약 15일 동안 아시안게임 휴식에 들어간다. LG 야수 중 누구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휴식과 연습을 병행하며 마지막 스퍼트를 준비할 수 있다. LG 타자들이 앞으로의 브레이크 타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LG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도 가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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