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해 보였던 삼성 라이온즈의 정규시즌 4연패 여부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시작이 불펜의 붕괴라는 것이 불안하다.
삼성은 지난 9일 마산 NC전에서 이종욱에게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허용하며 3-6으로 패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이 현재 삼성 불펜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삼성은 마무리 임창용을 내지도 못하고 이미 2이닝을 던진 차우찬을 고집하다 만루홈런을 얻어맞고 졌다.
11회초 NC 타선이 나성범-에릭 테임즈로 이어지는 좌타자 라인이었기 때문에 차우찬을 쓰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임창용의 기량이 과거와 같았다면 어느 타자가 나오든 관계없이 임창용이 등판해 1이닝을 깔끔히 막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임창용은 5승 2패 28세이브, 평균자책점 5.85로 부진하다.

임창용은 이날 불펜에서 몸을 풀었지만, 임창용에 대한 불안감이 차우찬 카드를 계속해서 쓰게 만들었다. 결국 결과는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 허용으로 이어졌다.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이 버티던 지난해까지의 철벽 불펜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임창용 혼자 부진해서 삼성의 불펜이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안지만 역시 평균자책점 3.93으로 과거에 비해 좋은 편은 아니다. 이런 안지만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셋업맨이라는 점이 삼성의 가장 큰 고민이다. 삼성 불펜에서는 안지만을 제외하고는 3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가 없다.
올해 불펜의 신성으로 떠오른 김현우가 평균자책점 1.19로 빼어난 피칭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김현우는 소화한 이닝이 22⅔이닝에 불과하다. 평균자책점 2.30으로 3년 만에 2점대 평균자책점 진입이 유력한 권혁도 31경기 27⅓이닝으로 예전에 비해 자주 마운드에 오르지는 못하고 있다.
통합 3연패 과정에서 필승 셋업맨으로 성장한 심창민의 부진이 불펜에서는 임창용의 추락과 함께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올해 49경기에 나선 심창민은 평균자책점 7.25로 참담한 성적을 내고 있다. 2012년 1군 무대에 데뷔해 2년간 89⅔이닝 동안 자책점을 23점만 내줬던 심창민이지만, 올해는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은 현재 자책점을 29점이나 허용했다.
그러면서 다 잡은 것이라 생각했던 정규시즌 1위 자리도 불안해졌다. 이제 2위 넥센과의 격차는 2.5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박병호를 중심으로 강력한 타선을 갖춘 넥센의 추격은 부담스럽다. 뒷문이 불안하기 때문에 앞만 보고 달릴 수가 없다.
이미 확대 엔트리를 실시해 새로운 얼굴이 나올 수도 없다. 이제는 기존 선수들의 각성, 혹은 기용 방식 변화밖에는 방법이 없다. 삼성이 임창용을 100%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역전 만루홈런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경험이 풍부해 큰 경기에서도 마무리를 맡아야 한다는 이유로 임창용을 계속해서 마무리 자리에 두어야 하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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